정치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김황식, 李·朴이 빚은 '혜성'이냐 '운석'이냐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李心朴心'에 호남 출신 '강점'…前정부 책임론에 정치력 '의문'

김황식 전 총리. (사진=윤성호 기자)

 

선거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전에 뛰어들면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귀국할 때부터 수백 명의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를 몰고 다니더니 그 어떤 후보들보다 언론의 우호적 반향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 문외한인 김 전 총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다크호스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원이 겹쳤기 때문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 1월 25일 기자에게 "여권 핵심부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를 서울시장 선거전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괜찮은 카드인 것 같긴 한데 선거에 출마하겠느냐"며 즉답을 피한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50여 일 지난 17일, 이번에는 '박심'(朴心)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에게 "사실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차출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져봤다.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지 않고서야 당 지도부와 친박 핵심들이 김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라고 소문을 냈겠느냐,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경선전에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 대통령은 혹시 자신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급인 '정치 9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권 관계자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 사실 김 전 총리를 선거전에 투입하는 걸 보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이 대단하다고도 할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탁된 'MB 사람'이다. 지난 2008년 대법관이던 김 전 총리를 감사원장에 임명하고 국무총리까지 시켜 오늘의 김황식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MB다.

그런 의미에서 김 전 총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때의 라이벌이자, 별로 사이가 좋다고 볼 수도 없는 전현직 대통령이 김 전 총리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선거전에 나선 김 전 총리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여권 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정권 창출을 위해 음양으로 노력했던 MB가 막상 정권 출범 이후엔 가끔 서운해하기도 했지만, 김 전 총리 투입에 상당히 흐뭇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김 전 총리의 두 번째 강점은 영남 중심의 새누리당에서 나선 호남 출신이란 것이다. 서울 시민 가운데 25~30%가 호남 출신 유권자라는 점이 그를 경선에 내몰았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후보가 된다면 박원순 현 시장과의 본선 경쟁에서 호남 표를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뒤따랐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예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호남표의 10%만 가져와도 박원순 시장으로선 20%를 잃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도 "김 전 총리가 박원순 시장과 일대일로 대결한다면 보수성향의 호남 사람들도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분만 놓고 볼 때 박 대통령의 정치적 수가 '9단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김 전 총리의 세 번째 장점은 놀라울만한 국정 적응력과 잠재 성장률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총리는 정치적 적응력이 굉장하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만약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면 우리로선 두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총리로 모셨다는 한 전직 장관도 "업무 파악 역량이 정말 뛰어나다"면서 "서울시장을 하면 정말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 (자료사진)

 

실제로 그의 정치적 적응력은 남다르다. 총리 시절 역대 총리 가운데 국회 답변을 가장 잘 한 총리로 기억된다.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한 정부 산하 기관장은 "김 전 총리의 국회 답변은 정치권 생활 30년 역사에서 단연 으뜸이었다"고 회상했다. 정부 부처 업무를 해박하게 꿰지 못했다면 결코 들을 수 없는 평가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4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잘 생기고 키도 크고 돈도 많다"고 정몽준 의원을 평가했다. "돈도 많다"라.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당내 가장 큰 라이벌에 '돈 많은 후보'라는 주홍딱지를 붙인 셈이다.

이런 감각을 볼 때 방송 토론회에서도 강점을 드러낼 개연성이 크다. 국내외 정세와 서울 시정에 대해서도 해박한 식견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총리로서의 국정 파악력과 감사원장 시절 업무 장악력으로 보자면 정몽준 의원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법조인인 그의 말은 조리있고,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MB의 '과'를 짊어져야 할 운명을 안고 있다. 국민적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국가 장래를 위한 사업이었다"는 16일의 옹호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여론을 생각했다면, MB정권의 각종 비리와 TK 지역 독식, 특정 대학 출신 중용 인사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놨어야 한다.

호남 출신, 특히 고교 후배인 광주일고 출신들은 "김 전 총리는 무늬만 호남"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MB의 편중 인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남 출신 공직자들은 "검찰과 국정원, 경찰청,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인사에서 호남이 고향이란 이유로 줄줄이 고배를 마실 때도, 김 전 총리는 막기는커녕 동조한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배신감이 큰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국회에서 답변을 잘했다고 하지만, 정권의 방패막이에 치우친 감이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총리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총리란 때로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아야 하는 자리이지만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입맛에 맞추는 스타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명박 정권에 충직한 총리였지, 이명박 정권이 망가지는 것을 막는 데 몸을 던진 양신(良臣)은 아니다"라고도 한다. 본인은 항변하겠지만 '권력의 부름에 언제나 충실했다'는 비판은 그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총리직을 그만둘 때 "선거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최고 권력자가 끌어주면 못이기는 척 나서는 '임명직형 공직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격 탓인지 모르겠으나 대법관을 할 때는 물론, 감사원장이나 국무총리를 할 때도 책 잡힐 얘기는 절대 안한다는 게 주변 평가다. 언제나 조심스럽게, 주도면밀하게 처신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정치력과 돌파력은 의심받고 있다. 대통령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 공직을 수행해온 만큼 정치력이나 돌파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여당 한 의원은 "솔직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정치력이 있는지,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지지도를 만회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상일 의원도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지지도를 보름 안에 만회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이 17일 여의도 김 전 총리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현재 여론조사들을 보면 김 전 총리는 정몽준 의원에게 10~15%포인트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판세를 뒤집지 못하면 김 전 총리는 신기루, 사라지는 운석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변수도 많다. 일단 새누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서울 지역의 순회경선이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심을 비롯한 변수가 많아 김 전 총리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은 김 전 총리가 역전을 못한다 할지라도 따라잡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고 있다. 한 여론조사 담당자는 "김 전 총리가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한 기자회견을 보고 놀랐다"면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간단한 후보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만약 그가 '다크호스'라면 그의 진가는 방송토론회 등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기도 하지만 진면목도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판결을 다수 선고했던 김황식, 그러나 공안사건 등에서는 보수 성향을 보인 김황식, MB 정권의 실정 한 축을 담당한 김황식, 박심 논란에 휩싸인 김황식이 총출동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정치적 위상은 물론, 단숨에 대권후보군으로 발돋움할 개연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잠룡이던 그를 선거판에 끌어들인 것도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이런 포석이 과연 '신기루'와 '혜성', 어느 쪽으로 결론날 지는 현재로선 좀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