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우울한 '삼포세대', 우울증 치료에는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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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정신병' 여기던 이전 세대와 달라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 직장 생활 3년 차인 이 모(29) 씨. 이 씨는 요즘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목표나 의욕 없이 회사만 오고 가는 느낌이다.

원래 이 씨는 외국 유학을 떠나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싼 학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데다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진 대출 빚 때문에 남들 다 하듯 취업을 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라는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던 이 씨는 문득 '상담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미술 심리치료 센터를 찾아 10회분 치료 비용을 결제했다.

# 계약직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최 모(25) 씨. 최 씨는 6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위해 꼬박꼬박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고 있다.

최 씨 본인도 우울증의 원인을 몰랐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고서야 자신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은근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마음 점검' 차원, 우울증 검진에 적극 나서는 20대

2030세대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의 '삼포세대'로 불릴 만큼 팍팍한 현실. 이런 가운데 젊은 층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정신병'으로 치부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젊은 세대는 보다 적극적으로 마음 치료에 나서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서울 지역에서 우울감 호소로 병 · 의원을 찾은 20~30대 성인은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우울감으로 병 · 의원을 찾은 20대는 1만 1,500여 명이었으나, 5년여 뒤에는 1만 2,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역시 2009년에는 2만 5,000여 명이었으나 이후 2만 7,500여 명으로 증가했다.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고연령층에 비해서 젊은 세대는 확실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또 "젊은 세대는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인데도 건강 검진을 받듯이 자기 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병원을 찾는다"고 세태를 전했다.

◈ 일반 진료 대신 미술 · 상담 치료 관심 증대

한편 병 · 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 외에 미술 치료나 상담 치료 등 다양한 방식의 치료를 시도하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이나 상담은 병원 진료보다 비교적 문턱이 낮다. 한 심리상담협회의 관계자는 병 · 의원 치료가 '질병' 치료 느낌을 주는 것에 반해, 미술 및 상담은 '관리'나 '클리닉'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미술 치료 클리닉을 등록한 이 씨 또한 "미술 상담소를 다닌다니 오히려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변 인식을 전했다. '나도 내 속마음을 알아보고 싶다'면서 호기심을 갖는 지인들도 있었다는 것.

서울 시내에서 미술 치료 센터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예전에 미술 상담은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2~3년 사이 자기 의지로 찾아오는 젊은 성인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상담받는 장면 등이 많이 노출되고 인터넷 등을 통한 간편한 '우울증 자가 진단' 등이 보편화한 것도 일반인에게 동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호소하는 우울감 원인이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해 개인이 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조 교수는 "내원하는 젊은 층은 취업 문제나 직장 생활에서 계속 쫓기는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여가를 갖는 등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은 그런 여유조차 가지기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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