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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주희정이 있었고, 오리온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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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SK 주희정. (자료사진=KBL)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라고 한다. 흐름을 한 번 잡았을 때 누가 더 달아나느냐에 승부의 향방이 달려있다.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실력도 있지만, 운이나 심판 판정 등에 의해서도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젊은 선수들은 한 번 흐름을 뺏기면 좀처럼 기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베테랑이 필요한 이유다.

SK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프로 3년차 김선형이다. 개인기와 스피드는 일품이다. 하지만 아직 젊은 선수인 탓에 완급 조절은 약하다.

그래서 SK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이 흔들릴 때마다 주희정을 투입해왔다. 원년부터 뛴 프로 17년차 주희정은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SK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올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희정이 있었다.

SK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3일 잠실학생체육관.

18-19로 뒤진 2쿼터 종료 9분11초전 김선형 대신 주희정이 코트에 들어섰다. 김선형은 앞서 오리온스 수비에 막혀 픽 앤드 롤 플레이에서 세 차례나 실책을 범했다. SK로서는 분위기 전환 카드로 주희정을 냈다. 박상오의 자유투 성공으로 스코어는 19-19.

팽팽하던 승부가 주희정의 손에 의해 SK로 넘어갔다. 주희정은 들어가자마자 행운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또 29-24로 앞선 종료 6분14초전 앤서니 리차드슨의 공을 가로챘고, 속공 파울까지 얻어냈다. 김민수의 득점, 주희정의 어시스트에 이은 김선형의 득점이 연이어 나오면서 순식간에 35-24, 11점 차가 됐다.

주희정의 활약은 계속 됐다. 40-31로 앞선 2쿼터 종료 2분18초전과 45-31로 앞선 종료 1분29초전 3점포를 연거푸 터뜨리며 흐름을 SK로 가져왔다. 2쿼터 종료 스코어는 48-31, 15점 차였다.

주희정은 54-47로 쫓기던 3쿼터 종료 5분39초전 다시 코트를 밟았다. 또 4쿼터에도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코트를 누볐다. 자칫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마다 주희정이 코트를 통제한 셈이다.

출전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물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출전 시간이 아니었다. 패한 오리온스에 없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주희정과 같은 베테랑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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