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 전북 고창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초 발생한 이후 두 달 가까이 감염신고가 계속되면서 이번 AI 사태가 언제 끝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4차례 AI가 발병했을 때의 전례를 보면 1차 AI는 2003년 12월10일부터 2004년 3월20일까지 102일간, 2차 AI는 2006년 11월22일부터 2007년 3월6일까지 104일간 계속됐다.
3차 AI는 2008년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42일간, 4차 AI는 2010년 12월29일부터 2011년 5월16일까지 139일간 이어졌다.
평균 97일간 AI가 지속한 점을 고려하면 발생 57일째인 이번 AI 사태 역시 4월초·중순까지 계속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AI 확산의 주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가 10일께 대거 북상한 점은 AI 종식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국 주요 7개 철새 도래지의 가창오리 개체수는 총 2만6천240마리로 집계됐는데 이는 AI 발병 초기인 1월24∼26일 시행한 1차 조류 동시센서스 당시 관찰된 36만5천117마리의 7.2%에 불과한 숫자다.
2월 말 이후 야생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비율이 떨어지고 항체 검출비율이 증가한 점도 희소식이다.
야생철새의 AI 항체 검출비율이 증가한 것은 철새들이 AI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으며, 야생철새 집단 내 AI 바이러스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철새가 날아가고 항체 검출률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수평전파만 잘 막으면 3월 말 정도에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AI 종식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이나 두 달 가까이 AI가 지속되면서 살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천만 마리를 육박하고 있다.
13일 오전 6시 기준 살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는 399개 농가의 948만8천마리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21개 농가의 99만7천 마리를 더 살처분할 예정이다.
살처분 작업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말께 420농가 1천48만5천마리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2008년의 1천500농가 1천20만4천 마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규모다.
과거보다 살처분 규모가 커진 까닭은 닭·오리 사육농가가 수직계열화되면서 사육 규모가 커졌고 철새가 대규모로 AI에 감염된 때문이다.
수직계열화 농가는 기업과 연계해 대규모 사육을 하는 농가를 뜻하는데 닭 사육 농가는 90%가량, 오리 사육농가는 95% 이상 수직계열화 돼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가창오리가 AI에 감염되면서 AI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퍼져 나간 측면이 있다.
수만 마리가 군집을 이뤄 생활하는 가창오리의 특성상 AI 바이러스가 가창오리 집단에 침투하면 대규모 감염이 불가피한데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가창오리를 포획해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약 40%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40만 마리에 가까운 가창오리 중 40%에 해당하는 15만 마리 정도가 AI에 감염된 채 철새 도래지 주변 논·밭에 배설물과 깃털을 뿌린 것이다.
이처럼 AI 감염 위험이 컸던 만큼 농가 피해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과거 4차례 AI가 발생했을 때 정부 지원액과 이차보전(利差補塡·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이자 차액을 보전해 주는 것) 방식으로 지원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액수를 더한 금액을 피해액으로 산출했다.
정부 지원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살처분 보상금인데 농식품부는 살처분한 가금 한 마리당 평균 1만500∼1만1천원을 보상할 계획이다.
추가 발병이 없다고 가정해도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1천120억원 가량을 지출해야 하고 생계안정자금, 소득안정자금, 경영안정자금 융자액,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더하면 피해규모는 2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이동통제 조치로 출하시기를 놓친 닭·오리의 수매에 나설 경우 피해가 2008년의 3천70억원을 넘어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