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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탈북자는 정착한지 20년 넘은 '거의 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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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탈북자들의 '세대전쟁'…누가 그들을 대표하는가

도움을 받아야 할 '불쌍한 사람'이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꽃미남 간첩'이거나. 탈북민(북한이탈주민)들이 최근 영화와 방송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 이미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2만 5천명의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탈북민들의 '진짜 모습'은 박제된 이미지 속에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 사이 탈북민 집단 내부에서는 기득권 집단이 탈북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을 착취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기득권이 돼버린 소수는 누구이고, 이런 상황은 어떤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됐을까. [편집자주]

하나원을 퇴소하는 탈북민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유튜브 캡처)

 

탈북자단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창구로 자신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북한이탈주민정책 참여연대(북정연)'는 지난 해 말 15가지 활동 목표를 내걸었다. 이들 대부분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향한 요구사항이었다.

향후 2년 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임원의 30%, 직원의 50%를 탈북자로 채용할 것, 공모사업 지원예산을 사업당 3천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재단의 사업 입찰 전부를 자신들에게 맡길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재단 임직원의 급여를 탈북민 수준으로 낮추라는 요구까지 한다.

요구 사항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 과연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탈북민을 대표하는지부터 의문이 생긴다. 단체들이 회원 명단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돌아가시고 난 뒤 탈북민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북정연 회장인 H씨만 봐도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원금이 집중된 것이 문제가 된 인물이다. 외교통일위 소속 심재권 의원(민주당)은 H씨가 2011년부터 3년 동안 겨레선교회, 탈북인 총연합, 한빛복지법인, NK체육단체까지 모두 4개 단체장을 역임하며 1억 9천만원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었다.

국감 지적과 새 정부 방침 등과 맞물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측은 사업공모 절차를 강화하면서 북정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정연의 반발이 거셌다. 재단과 이들 단체 간 간담회에서 "불 태워 죽이겠다"는 험한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재단 측은 지난 달 27일 감사원에 "재단의 사업 선정 절차가 제대로 되는지 감사해달라"며 스스로를 조사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탈북단체 회장직 명함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면면을 보면, 탈북 시점이 거의 90년 대다.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전에 북한을 빠져나와 남한 생활이 20여 년 되는 셈이다. 이들 1세대는 주로 탈북 러시를 이루던 김영삼 정권 때 한국에 들어와, 푸짐한 정착지원금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직장까지 알선 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반면 그 이후인 2세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탈북민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한이 화해 무드를 타자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측면이 있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참혹한 시절을 겪은 세대인데, 남한 생활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들 세대에 해당하는 30~40대 젊은 탈북민들은, 목소리가 큰 1세대 일부 탈북민들의 활동이 못마땅하다.

2007년 탈북해 현재 대학생인 A씨는 "고난의 행군 때 하룻 밤만 자고 일어나면 옆 집 누가 굶어죽었다, 그 다음 날에는 또 누가 굶어 죽었다 하는 얘기를 들었던 내 입장에서는, 언론에 나와서 마치 탈북민 대표인 양 떠드는 게 화가 난다"며 "북한도 모르고 남한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30대 탈북민 B씨는 "한국에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정착금도 받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느냐. 일단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지 더달라고만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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