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이슈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일본을 비판한다.
외교부는 4일 "윤 장관이 이날부터 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기여 의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 수장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현안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은 최근 일본 정부의 행태가 "한계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06년 당시 반기문 장관이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유엔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지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내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흔드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고노 담화는 일본의 주변국 침략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와 함께 '안정적인 한일 관계'의 근간인데, 일본 정부가 이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관급인 사쿠라다 요시타카 일본 문부과학상 부대신이 3일 위안부 문제가 날조됐다는 취지의 망언까지 하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는 한껏 더 높아졌다.
당초 외교부는 윤 장관이 직접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향후 한일 관계 관리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유엔에 다자외교조정관을 보낼 계획이었다. 지난 2일만 해도 외교부는 대일 메시지와 관련해 "작년 수준과 같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당장 이날만 해도 외교부는 문부과학성 부대신의 망언에 대해 논평을 내고 "피해자들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유엔 등 국제사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논평에서 외교부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사람을 속이고, 누가 사실을 날조하는지는 생존하고 계신 55분의 피해자들이, 국제사회가, 그리고 역사가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의 연설 수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을 비판한 것에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 부대신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을 지적한 다음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가 2013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무력분쟁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분개한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말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