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90여 일 남기고 지역사회에서 '정책선거'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유력 정치인의 이미지에 기대는 구태의연한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의 출판기념회는 'JP'로 시작해 'JP'로 끝났다.
'충청권 맹주' JP의 참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과 지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JP는 정 총장에 대한 충남도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당부했고, 정 총장은 'JP의 후계자'로서의 이미지를 앞세웠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인 정 전 총장이 현역인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JP를 앞세워 자신이 충청권 정치계보를 잇는 적임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그런가하면 민주당 권선택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연관성을 내세웠다.
권 예비후보 캠프 측은 지난달 "권선택 예비후보가 '경청'을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데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경청'이라는 책을 썼다"며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갈등을 조율해나가는 자세를 강조한 두 정치인의 생각은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서울시장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박원순 브랜드'를 선거에 적극 활용하는 건 비단 권 예비후보만이 아니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나소열 서천군수의 출판기념회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영상 축사가 흘러나왔다. 앞서 열린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출판기념회에서도 마찬가지.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성호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박 시장과 시민운동 시절 '인연'을 강조한다.
민주당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인 새정치연합 소속 예비후보들에게 '안철수'는 선거운동의 전부다.
안 의원 지지모임이나 싱크탱크 활동을 주요 경력사항으로 채우고 출마의 변은 "안철수와 함께하는 새 정치"로 통일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는 현수막이나 선거 홍보물에 넣기 위해 안철수 의원과 '인증샷'을 남기려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유명인 마케팅'은 올해 충청권 지방선거가 강자 없는 선거로 일컬어지는 등 초반부터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신인들의 경우에는 얼굴 알리기에 효과적인 선거 전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 대신 이미 유명세를 쌓은 정치인의 '이미지'에 기대는 현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책보다 '이미지 메이킹'이 더 주목받는 주객전도 선거가 우려된다"며 "후보들이 갖고 있는 가치와 비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공약을 알리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면서 후보자와 선거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