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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괄하고 섬세하고…로봇도 성격이 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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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김다은 PD의 ‘미리 만나요’] ① 한재권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무대에서 다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김다은PD의 인터뷰로 풀어봅니다. 세바시 김다은 PD의 '15분, 미리 만나요'

 

CBS의 대표 강연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하지만 15분 안에 담지 못한 연사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요청이 쇄도! 그런 이들을 위해 ‘15분, 미리 만나요’ 코너가 마련됐다. 김다은 막내PD가 강연 연사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방송 전에 그 내용을 공개한다. [편집자주]

2414년 한국A-3지역.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 바람이 쌀쌀하다. 밀레의 '기도하는 농부'같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흙모래가 바람에 휘날려 마치 풍년이 든 황금 논밭 같다. 그 황금 모래바람 사이에 몇 기의 로봇들이 허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지면(地面)을 파헤치고 있다.

얼마 전 새 정부가 야심차게 과거사기록보존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고고학회는 최신 기종의 로봇 몇 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미 로봇모듈화가 진행된 지 오래라 대개의 로봇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학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나 '좀 더 높은 단계의' 것들이었다. 이 비싼 가격의 로봇들은 인간의 근육조직보다 더 미세하게 관절부품을 둘러싼 표피를 제어 할 수 있었으며 뛰어난 피아니스트보다 섬세하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한국 A-3지역은 과거 대한민국 양천구 목동으로 불렸던 장소다. 400년 전 이곳에 언론기관들이 있었고 그 기관들의 기록물들을 다시 찾아내기 위하여 한국 고고학협회 측에 지원인력이 배치되었다. 70일째 계속된 탐사작업은 오늘도 성과 없이 끝나는 듯 했다. 자연광으로 충전되는 로봇들은 지친기색이 없었지만 기계 정비를 위해 잠깐의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일과를 정리하려던 즈음, 작은 상자하나가 발견됐다. 납작하고 네모난 이 상자는 과거 '노트북'이라고 불렸던 물건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구형 모델이다. 아마 노트북이 발명된 지 30년 안팎의 초창기 모델인 듯 했다. 다행히 노트북 안에는 분석 자료로 남길 만한 재미있는 자료가 있었다.

로봇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한재권 로봇공학자의 인터뷰 원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2014년. 아직 로봇 보급화 시대가 열리지도 않았던 시대의 자료다.

아래는 그 자료의 일부를 녹취, 분석한 내용이다.

2014년 2월, 세계 최초로 로봇이 강연을 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이하 세바시)무대였다. 인터뷰는 강연 전, 리허설을 마친 후 진행됐다. CBS 세바시의 김다은PD가 묻고 한재권 로보티즈 수석연구원이 답했다.

김다은 PD와 한재권 수석연구원

 


김: 똘망이를 데리고 나올 때 마다 긴장되시겠어요, 한 박사님 외에도 세 분이 같이 오셨는데 원래 이렇게 여러 분들이 함께 움직이나요?

한: 로봇은 항상 팀이거든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저 팀원들 없이 저 혼자는 쓸모없다고 봐야겠죠.

김: 사실 로봇을 만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로봇이 만들어진다는 건지 상상이 잘 안돼요. '로봇설계'를 한다는 건 로봇제작을 위한 재료를 고른다거나, 디자인을 한다거나 하는 걸 포함하나요?

한: 그렇죠. 재료 이야길 하셨는데 기능에 따라서 필요한 재질들이 다르니 그런 것들을 고르는 일도 하죠. 뿐만 아니라 로봇을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어요. 모터나 센서 같은 것들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목적에 맞게 골라내야 합니다.

산업용 로봇. 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일반인들에게 로봇이 얼마나 낯선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2014년만 해도 한국의 로봇시장은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상위 수출국이었다. 산업용 로봇은 조립용, 기계 가공, 입출하, 검사측정, 프레스, 수지가공, 용접용 등으로 사용되는 제조업용 로봇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용 로봇이 대중화되지 못했으므로 일반인들에게 로봇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한재권 박사의 최근 방송활동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다.

김: 요즘 지상파 방송에 자주 나오셔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아요?

한: 간혹 알아보는 분들이 있죠.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도망가요.

김: 머리가 길어서 더 잘 알아볼 것 같은데, 머리는 왜 기르시나요?

한: 사실 연구하기에는 되게 불편해요. 드라이브 조일 때마다 내려오니까 쓸어 넘겨야 하고요. 사실은 좀 아픈 스토리기도 한데요. 유학을 갔을 때 학생 때니까 금전적으로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발비를 아끼려고 기르게 된 거였어요. 그러다가 운이 좋아서 유학생활 중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는데 로봇하시는 분들이 저를 '머리 긴 동양인'으로 기억하시는 거예요. 한번은 졸업하고 회사에 갔더니 사람들이 못 알아보더라고요. 제가 우승한 대회인데도요. 그래서 "길러야겠다. 알려야겠다" 이렇게 된 거죠. 부수적인 것은 큰 머리가 가려져요.

특별히 머릿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구글, 선제적으로 로봇 기술회사 인수. 한국 역시 하드웨어 기술개발을 넘어서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무대에 선 로봇 '똘망'

 


김: TV에 똘망이와 함께 출연하시죠. 시청자로서는 로봇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니까 이전보다 좀 더 친숙하게 로봇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교육용, 가사용 로봇 제품도 많이 나오는 것 같고요. 로봇시대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한: 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하시니까 이제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나 접근이 대학이나 기업 등 특정 대상에만 집중되다보니 일반인들은 여전히 낯설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때의 비교 대상은 로봇이 발달된 미국이나 일본이지만요. 사실 구글이 로봇회사들을 마구 사들이고 있어서 위기감을 가지고 보고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마치 구한말(舊韓末)처럼 세계의 기술 시장에서 뒤처지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 방송에 활발히 나오시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관심을 좀 더 높이기 위한?

한: 출연이유에 큰 부분을 차지하죠. 처음에 예능프로그램에 나갈 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해야 돼? 말아야 돼?' 그때 주변 분들이 "이제 우리, 로봇업계를 많이 알려야 한다."라고 많이들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에 설득이 돼서 나간 것 같아요.

김: 프랑스, 일본, 미국은 다양한 로봇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주로 산업용 로봇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것 같고요. 로봇산업을 바라볼 때 그들과 우리의 시선에 차이가 있나요?

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선 차이가 존재하고요,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 같은 경우는 인공 지능 쪽이 굉장히 발달돼 있어요.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쪽, 기능 쪽이라고 보면 되고요. 로봇이라고 하면 우리는 '만들어서 보여 지는 것' 뭐 이렇게 생각하는데 미국 같은 경우에만 해도 우선은 '컴퓨터상에서 돌아가는 것' 이렇게 생각 하거든요. 기계는 나중에 붙이면 된다는 거죠. 물론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발달돼야 하는 게 맞는데요. 어쨌건 현재는 미국 쪽에서 인공지능 쪽이 많이 발달되다 보니까 저희가 따라가기에는 많이 뒤처진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구글이 하드웨어 회사들을 막 사들였거든요. 그러니까 게임이 끝나버리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거죠.

김: 로봇의 인공지능이 발달한다는 건 어떤 거죠?

한: 스스로 판단한다는 거죠. 카메라나 마이크 등으로 받아들인 정보로 자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거예요. 그게 로봇의 핵심 중의 핵심이거든요. 사실 기계는 잘 만들어야하지만, 얼마나 잘 만든다고 하는 게 경쟁력이 그렇게 크게 나진 않거든요. 디테일은 물론 경쟁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공지능이 더 많은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거죠.

김: 똘망이를 두고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하는데, ‘휴머노이드’라고 하는 것이 사람처럼 생겼다는 게 아니라 그런 인공지능이 발달되는 걸 의미하기도 하나요?

한: 일반적인 정의로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뜻하긴 합니다. 하지만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할 줄 아는 로봇’까지 가는 것이 궁극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봇시대을 준비하는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 /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구글은 2013년에 6개월간 무려 8개의 로봇기술 보유 업체를 인수했다. 로봇시장을 겨냥한 구글의 행보는 새롭게 펼쳐질 로봇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다. 로봇공학을 전공한 당시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이 이 같은 전략의 중심인물이었다. 구글은 로봇 플랫품 분야에서는 샤프트, 메카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같은 회사들을, 또 응용기술 분야에서는 봇앤돌리, 오토 퍼스 같은 굴지의 기업들을 인수했다. 많은 로봇공학자들이 이러한 구글의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행보를 주시했다. 특정한 목표가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로봇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해나가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로봇기술의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를테면 구글이 군사용 로봇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독점적 기술발전이 악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도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상으로 옮겨갔다.

군사용 로봇을 만들지 않기 위해 로봇을 만든다?
전투로봇을 만들던 한재권 박사, 인간을 위한 로봇을 고민하다.


김: '로봇이 되고 싶다'거나 '로봇을 만들고 싶다'하는 건 유년기의 꿈에 그치곤 하는데 아직까지 그 꿈을 꾸고,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건 어떤 기분인가요?

힌 : 그냥 단순하게 사는 죄죠. 다른 생각 많이 못하고 옛날부터 이건 내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보니까 재밌고 재밌다보니까 잘하게 되고. 그런 선순환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김: 동생이 아파서 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료용 로봇에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재난구조용 로봇 똘망이를 만들고 계세요.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한 : 사실 로봇산업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분야가 확실하게 나눠져 있진 않아요. 그 속에서 로봇의 기능을 좀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를 찾다보니 재난구조 쪽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로봇들은 신뢰성 있게 만들어져야 하고 재난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고, 그 상황에서도 인간처럼 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로봇이 된다면 집으로 가져왔을 때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재난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로봇이 집 안에서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 거죠.

김: 로봇을 보는 시선이 다양한데 우리에게 익숙한 건 군사용 드론 같은 것들인 것 같아요. 로봇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군사용 혹은 전투용 로봇보다 구조용 로봇을 만드는 게 좀 더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한: 사실 제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은 무기 만드는 곳이었어요, 한국형 전차 K2, K 21장갑차. 이런 것들이 제가 같이 설계한 것들이에요. 그렇게 사회에 첫 발을 디뎠는데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이건 내가 갈 길은 아닌 것 같다’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자주 국방이라는 사명감과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돕는 것이나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던 로봇에 대한 꿈들. 그런 것을 이루고 싶어서 이후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로봇이라는 것이 장차 그런 군사용으로 널리 사용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걸 부인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있는 분야에서 더 빨리, 더 좋은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왜냐하면 군사용 로봇으로만 로봇이 연구가 되고 알려지면 ‘로봇은 무기’라고 사람들에게 인식 될 테니까요. 저는 같은 로봇을 하지만 다른 분야에 있다고 생각해요. 군사용 로봇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순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김: 전 세계의 로봇개발자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한 박사님의 그런 생각에 많이들 공감대를 가지고 있나요?

한: 그 안에서도 아마 두 부류가 있을 거예요. 군사용 로봇을 만드시는 분들도 설득력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자국민의 병사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요. 하지만 제 기준과는 달라요. 어쨌건 기계는 사람을 해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원격조정으로 총을 쏘고 폭탄을 쏘는 것을 두고 “그게 뭐가 잘못이냐. 기계가 하는 것과 사람이 하는 것에 뭐가 다르냐. 어차피 사람이 스위치 누르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리 없듯이 기계도 사람을 죽일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모니터를 보고 스위치를 누르면 윤리의식이 없어질 수 있어요. 게임하는 것과 차이가 없으니까요. 이런 위험들을 같이 고민하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해요. 아직은 저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계속 제가 말하고 다녀야죠. 그러면 함께 힘을 모을 분들이 많아질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로봇시대를 두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대중들 역시 기대와 우려를 갖고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로봇 기술이 진보하고 있으며, 얼마나 빨리 로봇시대가 열리게 될지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재권 박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해 더 큰 몫의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한재권 로봇박사와 로봇 '똘망'

 


김: 그런 꿈들을 똘망이와 함께 꿔가고 있는데요. 흔한 말로 똘망이가 자식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한: 그렇죠. 아들 같죠. 다치면 저도 아프고. 잘 안되면 저도 같이 속상하고.

김: 동물을 기르면서 가만히 보면, ‘얘는 이런 성격이구나.’ 하고 느끼곤 하는데 직접 만든 로봇들에게도 그런 걸 느끼진 않으세요?

한: 사실 똘망이를 똑같이 세 개를 만들었어요. 머리를 보면 4라고 적혀져 있는데 1,2,3호기가 있어요. 1호기는 너무 많이 실험을 해서 폐기가 됐고 다른 로봇들도 뿔뿔이 흩어졌는데요. 다들 성격이 달라요. 한 놈은 괄괄하고 한 놈은 섬세하고.. 다 달라요.

김: 똘망이는요?

한: 4호기 똘망이는 좀 덤벙거리는 성격이에요.

김: 리허설 때 보니까 저는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꿋꿋한 그런 성격 같아 보이던데요.

한: 보시는 분들마다 다 느끼는 게.. 감정을 투사하시더라고요. 재밌어요.

10여년 안에 빠르게 개막될 로봇 시대.
우리 모두가 개발하진 않지만, 우리 모두가 사용할 로봇.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해


김: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볼게요. 한국 정부에서도 다양한 로봇산업 육성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로봇 미래전략 213~2022’라는 로드맵을 내놨어요. 2022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고 10여년을 사이에 두고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아요. 로봇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한: 로봇이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의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만드는 건 엔지니어나 과학자가 만들지만 쓰는 건 우리 모두가 쓰거든요. 결국 어떤 기계든 쓰이는 게 중요하지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용함에 있어서도 우리 모두가 ‘이건 어떻게 쓰자’ 라고 약속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자동차를 만들어놓고 신호 위반하고 달리자고 하면 그 자동차는 바로 흉기가 돼버리잖아요. ‘로봇은 이렇게 써야한다고 하는 사회적인 약속, 사회적인 공감대, 또는 법률을 미리미리 만들어가고 고민하면 사회적인 부작용이 덜 할 것 같아요. 로봇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약속. 혹은 법률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것을 미리미리 만들고 준비하면, 로봇시대가 왔을 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실업문제에요.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렇다고 실업을 야기할 수 있으니까 로봇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건을 주문해도 배달 해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요. 길거리 청소도 못할 수도 있다고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과 노인의 수를 계산해 보면 10, 20년 후에는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사회 서비스가 안 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은 로봇이 대신해줘야 하거든요. 결국은 밸런스(균형)죠. 노동의 수와 질, 그리고 노동력부족에 대한 양 가치관의 밸런스를 사회가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서 행복한 사회가 되느냐 불행한 사회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과학자들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두려워하는 부분이에요. 제가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하고 다녀요. 많은 분들이 ’나와 관련된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까지 고민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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