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용군에 나간 뒤 생사 몰라 제사까지 지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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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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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상봉자 중에는 의용군 관련 사연 많아

(자료 사진/윤성호 기자)

 

2차 이산상봉 북측 가족중에는 북한 인민군 의용군으로 간 사연들이 많다.

"6.25 당시 강원도(북한지역)에 있다가 누나 둘이 북한군 간호사 자격으로 끌려갔다고 들었다."

북측의 조매숙(82세)씨를 만나고자 하는 남동생 조돈방(69세)씨의 얘기다.

매숙씨는 돈방씨의 둘째 누나로, 큰누나는 몇년 전 작고했다.조씨의 큰누나는 6.25 발발 뒤 중공군 장교와 결혼해 연변지역에 살고, 둘째 누나 매숙씨는 평양에서 살았다. 돈방씨는 "누나 둘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90년대 초반 큰누나의 셋째딸이 한국에 와 우리를 찾게 돼 큰누나의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 사는 큰누나는 작은누나와 소식을 주고받으며 서로 오가기도 했다. 이후 90년 대 중반 큰누나가 한국에 와 6개월 정도 머물다 갔다. 그 이후로 북한에서 큰누나가 남한을 오간 이력을 문제삼아 작은 누나와 연락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조씨 가족들은 6.25 당시 북쪽으로 올라갔다 1.4후퇴 때 원주에 내려와 정착했다. 남동생 조돈빈(72세)씨는 "누나랑 헤어졌을 때 내가 8살, 남동생이 5살이라 누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북측의 홍석순(80세)씨와 남측의 홍명자(65세)씨 자매도 6.25때 북한 의용군과 관련이 있다.

동생 명자씨는 "4살 때 당시 19살이던 언니가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간 약혼자를 따라
북으로 갔다. 그 때가 6.25가 발발한 여름이었다. 당시 약혼자와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언니를 만나면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고 했다.홍씨의 올케는 "무당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홍석순씨가 죽었다고 해서 영혼결혼까지 시켜줬다. 그런데 살아있다고 해서 기뻤다"고 밝혔다.

북측의 리정우(84세)씨와 남측의 동생 이영우씨 사연 역시 마찬가지다.

이영우씨는 "6.25 당시 인민군이 청송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밀려올라갈 때 청년을 많이 붙잡아 갔다고 한다.당시 학생이었던 형도 붙잡혀 끌려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영우씨는 "막연하게 살아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적십자사를 통해 형님이 북에서 찾는다는 소식이 왔다"며 "지금은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오늘 밤(상봉 전날 속초에서 집결한 날)에 소주 한잔 먹고 날만 새길 기다려야겠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북측 류근철(81세)씨의 여동생 유정희씨는 "어려서 오빠와 싸우고 때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오빠가 18살 때인가 나갔는데, 의용군에 나갔는지도 몰랐다. 어머니기 무당에게 점도 보고 했지만 어느 무당은 죽었다고 하고 어느 무당은 살아있다고 했다. 그 뒤로 찾는 걸 포기했다. 사망신고까지 했다.소식을 알 길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북에 살아있다고 연락이 와서 기적 같았다. 아직도 죽었나 살았나 안 믿어진다,만나면 무척 반가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의 김병문(83세)씨의 남측 동생 김병룡씨는 "6.25당시 17살쯤 됐던 형님이 서울에서 인민군 의용군에 끌려가신 후 행방불명된 것으로 안다. 이번에 북에서 형님이 나를 찾는다는 소식이 왔다"고 했다.

북측의 전영의(84)씨의 남측 여동생 전경숙(81세)씨는 "내가 15살 때, 오빠가 18살 때 헤어졌다"고 했다. 경숙씨는 "오빠가 고등학교 진학하러 서울에 가 있는 동안 6.25가 터져 안동까지 밀려 공산치하에 들어갔다.오빠가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끊겼다. 죽은줄 알고 매년 제사를 지내왔다. 어떻게 북에 간 건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북한 의용군에 몸담은 것에 대해 남측 가족들은 강제로 징집된 전시 납북자라 부르고, 북측에서는 납북이 아닌 말 그대로 자의에 의해 지원한 '의용군'이라고 부른다. 어찌됐든 생사불명으로 행방불명 처리됐거나 제사까지 지내는 상황에서 60여년만에 이산의 한을 풀게 됐다. 전쟁이라는 시대의 비극속에서 생긴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제라도 달랠 수 있다면, '전시납북자'건 '의용군'이건 이데올로기에 따라 이름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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