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회 지도자들이 극빈층 확산을 우려하며 정부의 복지삭감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정치권 안팎에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성공회와 기독교 교단의 성직자 43명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를 향해 복지개혁 이전에 늘어나는 빈곤층의 끼니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복지삭감으로 빈곤층이 구호단체의 푸드뱅크로 내몰리는 문제를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며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연립정부의 복지개혁 정책의 부작용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만 명의 노년층이 난방비와 식비를 걱정하며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고, 지난 5년간 물가는 30% 올랐는데도 대다수 가정의 실질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러 빈곤층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걱정했다.
과도한 복지삭감과 복지시스템의 실패로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 실패에 책임을 돌렸다.
또 지난해 이후 영국에서만 푸드뱅크를 찾은 빈곤층이 50만 명에 이르며 5천500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비판은 잉글랜드 가톨릭 교회의 신임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이 정부의 복지개혁 실패를 비판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연립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서한에는 폴 버틀러 더럼 주교 등 영국 성공회의 주교단 27명을 비롯해 감리교회와 퀘이커교회 등의 성직자들이 참여했다. 이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의 긴축 조치에 대한 기독교계의 집단행동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복지개혁 부작용을 우려한 잉글랜드 가톨릭 교회의 신임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의 비판에 대해 캐머런 영국 총리가 반론으로 맞서자 니콜스 추기경을 지지하는 뜻에서 실력행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