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불법도청 혐의로 기소된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의 최고경영자에게 기소에 대비한 조언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블레어 전 총리는 언론사 불법도청 파문이 고조되던 2011년 레베카 브룩스 당시 뉴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에게 소유주인 머독 회장과 경영진을 위한 비공식 자문역을 제안하면서 수습 방안을 조언했다고 19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불법도청 파문으로 기소된 브룩스 전 CEO의 법정 진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브룩스는 불법도청을 지휘한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블레어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대화를 나눴으며 그 내용을 이메일로 머독 회장에게 보고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시간에 걸친 통화에서 자신이 머독 회장과 아들인 제임스 머독 당시 뉴스인터내셔널 회장, 브룩스를 위한 비공식 자문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 시절 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허위 자료 논란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브룩스에게는 불법도청 파문은 단기에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마음을 강하게 먹고 장기전에 대비할 것도 주문했다.
브룩스 전 CEO는 도청 파문으로 뉴스오브더월드를 자진 폐간한 이튿날 이런 내용을 정리한 이메일을 머독 회장에게 보냈으며 나흘 뒤 CEO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 당시 머독 회장이 블레어와 통화한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한 것을 힐난하자 "압수수색 대비로 10분밖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