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검찰 측 증거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힌 사실조회 회신. (노컷뉴스/자료사진)
간첩혐의로 기소된 탈북자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34)의 북한 출입경기록(출입국기록)위조여부를 둘러싸고 김진태 검찰총장의 소극적 대처방식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증거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장은 물론,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이 줄사퇴할 사안인데도 검찰은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는 양상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중국 정부가 문건 모두가 위조라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외교부 등으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하는 모습만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증거조작에 따라 사법체계가 손상되고 국기가 흔들리는 중대한 사건이다.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는 1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과 관련해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기를 흔드는 아주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작됐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을 것”고 강조했다.
법원의 한 판사도 "증거 위조가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총장 뿐 아니라 검찰조직 자체가 큰일 난거다. 조금만 있으면 책임론이 나올 것이고 검찰 조직 전체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본다. 이대로라면 누가 검찰 기소를 믿겠느냐"며 사건의 후폭풍이 크게 우려했다.
그런데도 김진태 총장은 국민들에게 진상규명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태 총장은 취임 후 "검찰총장 2년 하려고 60년을 까먹을 수 없다"며 결기를 나타내 '외압'을 막아내고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있게 할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존재감'이 미약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특히 국정원과 관련된 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있지만, 검찰은 국정원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NLL대화록 사건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해놓고도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고, 이른바 국정원 직원이 개입된 '좌익효수 사건'에서는 국정원 직원을 소환조차 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정부로부터 간첩사건 서류 조작 논란이 터졌지만, 김 총장은 진상조사팀을 출범시켜놓고 "(이번 사안을)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상투적 지시를 내렸을 뿐이다.
이와관련 검찰 관계자는 "간첩 서류조작 의혹 같은 폭발적 사안이 발생했으면 검찰총장은 강인한 인상을 주며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해야 하는데도 상투적 지시로 갈음한다면 진상규명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도 "국정원이 정확한 사실을 해명하고 나서지 않는 한, 이번 증거위작 논란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김진태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 진상규명 의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총장이 적극적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소극적,보신주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검찰이 국정원 앞에 더욱 작게 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진실을 밝히고 있지 않은 이상, 검찰이 모든 비난을 감수하는 것은 '숙명'이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