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기자 질문 어렵네요'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둔 18일(한국 시각) 마지막 훈련 뒤 인터뷰에서 잇딴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서도 실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소치 연습 링크에서 훈련하는 모습.(소치=대한체육회)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둔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훈련이 진행된 18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 내 빙상 훈련장. 우승후보로 꼽히는 김연아였지만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50명이 넘는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현지 시각으로 19일 열리는 쇼트프로그램에 앞선 마지막 훈련이기 때문이다. 연습을 마무리한 뒤 김연아의 각오를 듣기 위해 훈련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도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먼저 TV 방송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신문, 라디오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김연아. 그러나 한 외신 기자가 던진 첫 질문부터 말문이 막혔다. 다름 아닌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프로그램이 더 활기차고 즐거워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김연아는 "아, 질문이 어렵네"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 "글쎄 매 시즌 그렇지만 지금은 솔직히 지난 시즌 프로그램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지만 "스스로 비교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연아는 곧이어 "그동안 여러 가지 장르의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면서 "항상 새 프로그램 안무는 적응하고 완벽해지는 데 힘들기 때문에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고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했다.
질문자는 시카고 트리뷴의 필립 허쉬 기자로, 피겨만 38년 동안 취재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김연아의 소치 입성 후 첫 훈련을 지켜본 뒤 국내 언론의 뜨거운 취재 열기와 15시간 비행에도 빼어났던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자세한 기사를 썼다.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도 가져 "실수만 없다면 김연아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어 능한 김연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허쉬 기자의 난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답이 2~3개 오간 뒤 다시 김연아게게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밴쿠버올림픽 때의 훌륭한 연기를 기억하고 있는데 심판들이 그때와 현재의 김연아를 비교하고, 또 현재 다른 선수들과도 비교할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허쉬 기자의 영어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김연아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고개를 돌려 통역을 바라봐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웬만한 영어는 잘 알아듣는 김연아였음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통역의 도움 속에 김연아는 "나뿐만 아니라 현재 경쟁하는 선수들과 비교를 당하기 때문에 저만 특별히 그런 점은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과 4년 전 밴쿠버 때가 올림픽이라는 대회가 같다는 이유로 많이 비교를 하는데 그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그때가 좀더 전성기였지 않을까. 지금도 그때와 같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는 내 자신만 생각하고 있다"고 마무리한 뒤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김연아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간 뒤 인사를 나누자 허쉬 기자는 "1980년대부터 피겨를 담당해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내 질문이 그렇게 답하기 힘들 만큼 어려웠느냐"며 웃었다.
이날 김연아가 곤란해 했던 질문은 모두 밴쿠버올림픽 때와 비교에 관한 것이었다. 김연아는 국내에서도 밴쿠버 때와 비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일인 데다 현재의 자신에만 집중한다"고 답해왔다. 전성기였던 4년 전을 잊고 현재를 인정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날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실전에 대해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빨리 시합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준비는 완벽하게 했지만 또 실전에서 어떻게 나올지, 피겨는 변수도 많아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