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를 위한 밤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붕괴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정해진 데는 대학과 총학생회의 갈등이 배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회가 궂은 날씨에도 지도교수 없이 행사를 진행했고 대학은 교통비를 제외한 나머지 행사비용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18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대학 당국과 학생회가 공동으로 열던 예년과 달리 총학생회 단독으로 주관했다.
대학 측은 올해 새로 이전한 캠퍼스 시설을 이용해 이달 28일 하루 신입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열자고 했지만 학생회가 외부 행사로 진행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학생회의 요구 탓에 대학 측은 이번 행사를 허가는 했지만 교통비를 제외한 재정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행사 자체는 허가했다는 것이다.
학생회는 신입생과 재학생을 2개 조로 나눠 참가비를 모아 1박2일 일정의 행사를 강행했다. 한 행사 참가자는 "신입생 1인당 6만원의 참가비를 걷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학처장과 학생과 직원 등 교직원 3명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을 뿐 지도교수는 이 행사에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학 모 교수는 사고후 SNS를 통해 "올해 전까지는 오티를 학교 당국에서 지원해 더 좋은 곳에서 진행했고 교수들도 모두 참여했는데 올해는 학교 당국의 반대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 행사로 진행돼 재정상 시설이 더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저나 동료 교수들이나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학생회의 요구 탓에 할 수 없이 이번 행사를 허가했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애초 대학에서는 가지 말라는 행사였다. 음주 운전 탓에 숙박을 하는 행사를 반대했는데 학생회에서 아쉬워해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폭설이 내린 지역에 있는 마우나오션리조트를 행사장으로 정한 데는 대학 측의 이런 무책임한 행정 탓도 있지만 학생회 측의 준비소홀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이미 일주일새 50㎝의 눈이 쌓여 있었고 추가로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 언론보도가 계속됐던 지역이다.
학생회 관계자는 "날씨가 안 좋은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해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한 행사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