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12일 권력기관의 불법행위를 폭로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를 촉구했다.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불법 정보수집 행위를 폭로한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안보 목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무차별적이고, 조직적인 개인정보 수집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6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건물을 도청하고 EU의 전산망에 침투하는 등 EU와 유럽 각국에 대해 광범위한 불법 정보수집을 감행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왔다.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가 이날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달 본회의에서 최종 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이다.
시민자유위원회는 내부고발자 보호 필요성에는 합의했으나 EU 회원국이 스노든에 대해 소추, 추방, 형선고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할 것을 명시하자는 독일 녹색당 의원들의 제안은 채택하지 않았다.
스노든은 지난해 8월 러시아로부터 1년간의 임시 망명을 허가받은 뒤 모스크바 인근 모처에서 은신 생활을 하고 있다.
스노든은 유럽 국가로 망명도 모색한 바 있으나 유럽 각국은 미국의 압력을 우려해 망명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자유위원회는 지난 달 스노든을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하고 실시간 화상 증언 방안을 승인했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스노든 증인 채택안이 통과되면 4월 중으로 스노든의 유럽의회 청문회 화상 증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의회 위원회 보고서는 EU가 지금까지 미국과 공유해온 은행계좌 정보 및 항공여객 정보 교환 협정에 따른 의무이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현재 EU와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FTA와 연계할 것을 주문했다.
EU는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스캔들이 폭로된 이후 미국과의 정보공유 협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EU는 지난 2010년 미국과 계좌정보공유협약을 체결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조건으로 달았다.
이 협약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 드러날 경우 EU는 언제든지 이 협정을 폐기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해 7월 미국과 FTA 실무협상 시작을 앞두고 미국이 EU의 사생활보호 법규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거래 및 항공승객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