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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리·언론탄압' 감청자료 폭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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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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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리 스캔들'이 두 달째 이어진 가운데 집권당의 비리와 언론탄압 실태를 보여주는 감청 자료들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12일(현지시간) 무암메르 귤레르 전 내무부 장관이 자신의 아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음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야당에 의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가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밝힌 녹취록에는 귤레르 전 내무장관이 아들 바리시 귤레르에게 경찰 조사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화가 담겨있다.

바리시 귤레르는 지난해 12월 17일 다른 장관 3명의 아들과 함께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됐으며 현재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귤레르 전 장관은 경찰이 체포하기 직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었으며 아들은 100만 리라(약 5억원) 정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귤레르 전 장관은 "내가 알기로는 (경찰이) 레자 자라브와 관련한 뇌물을 얘기할 것이다. (경찰이 그 돈을 발견하면) 비공식적으로 계약한 자문료라고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자 자라브는 이란 태생의 아제르바이잔 국적의 사업가로 이른바 '12월 17일 작전'의 주요 용의자로 구속 중이다. 그는 이란과 금(金) 거래와 관련해 터키 국책은행인 할크방크의 슐레이만 아슬란 행장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이 감청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실시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다"라며 "이 정도로 부패한 정권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사법 당국의 비리사건 수사를 두고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지지하는 세력의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비리 스캔들과 관련한 감청 자료 외에도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는 전화 녹음도 잇따라 폭로됐다.

일간지 자만은 총리 보좌관인 얄친 아크도안과 미디어 그룹인 지네르의 파티흐 사라치 부회장 간의 언론 탄압과 관련한 통화 내용을 감청한 음성 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아크도안 보좌관은 반정부 시위 당시인 지난해 6월 야당 대표가 의회 연설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방송한 메즈리스TV를 폐쇄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채널은 국영방송 TRT의 자회사로 의회 전문 채널이다.

자만은 또 아크도안 보좌관이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 2개사에 가명으로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다수 방송사는 이 칼럼을 인용하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지네르 미디어그룹의 사라치 부회장에게 방송 중이던 야당 대표의 발언 중계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터키를 방문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나는 모욕당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8일에도 사라치 부회장이 자사의 일간지인 하베르튜르크의 파티흐 알타일르 편집국장에 정당 지지율 조사를 조작하라고 지시하고 이 결과를 에르도안 총리 아들에게 알려준 전화 감청 자료가 폭로됐다. 사라치 부회장은 에르도안 총리의 오랜 측근으로 2012년 지네르 그룹 부회장에 임명됐다.

5대 일간지인 하베르튜르크의 알타일르 편집국장은 전날 CNN튜르크에 출연해 유튜브에 공개된 통화 내용을 대부분 시인하고 다른 언론들도 매일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터키 정부는 언론에 압력을 가하고 기사를 조작하려고 한다. 이런 압력은 정부의 힘이 커지면서 더욱 늘어났으며 지금처럼 압력이 심한 때는 없었다"며 "(언론인)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언론사들에도 매일 압력이 비가 쏟아지듯 내려오고 있다"며 "오늘날 터키 언론의 품위는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타일르 국장은 또 기자 3명이 정부 정책을 비판한 기사와 관련해 해고됐다는 내용의 감청 파일에 대해서는 "나는 보호하려 했지만 윗선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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