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포함해 모두 7개로 늘어나면서 성장을 떠나 생존 자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의 선발주자이자 대형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각각 2905억원(이하 별도기준)과 14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상태에 비상이 걸렸다.
부채비율도 각각 800%와 700%에 육박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올해 흑자 반전이 지상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임원 세미나에서 “비장한 각오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로베이스에서 체질을 개선해 흑자 달성의 전환점이 되는 해가 돼야 한다”고 독려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목표를 매출 12조 5600억원에 영업이익 64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6조원에 영업이익 1800억원으로 잡았다.
매출액 면에서만 보더라도 각각 전년대비 7%와 9.8%에 이르는 극적 반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세계 경제 성장과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국제화물 수요가 3% 이상(IATA 예측) 증가하는 것과 대체휴일제와 한류 확대 등에 따른 관광수요 증가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 대형사가 장거리 노선에서 아직까진 절대적 우위에 있지만 중단거리 노선에선 5개 저비용항공사(LCC)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5개 저비용항공사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동반 흑자를 구현하며 적어도 국내선에선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격인 제주항공은 최근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한데 이어 연말까지 모두 17대를 운용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 전략에 나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보유대수를 늘리는 ‘규모의 경제’와 함께 신규 노선 취항 및 국내선 공급석 확대 등을 통해 후발항공사와는 격차를 벌리고 2위와는 간극을 좁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만과 홍콩의 저비용항공사들도 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연말 대만의 차이나에어라인과 싱가포르의 타이거항공이 신규 저비용항공사를 세우고, 또다른 대만계 트랜스아시아도 홍콩 주변을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시아의 하늘길이 갈수록 촘촘해지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기존 대형사들의 대응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업계 2위로서 후발주자의 추격을 받고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요금의 대폭 인하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격도 마케팅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단거리 노선에서 유연성을 갖고 젊은층과 여성 등 타겟층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제주노선에서 최대 50% 할인행사를 상시화하고있고, 대한항공도 지난해 7월부터 제주노선에서 최대 24% 주중 특별할인제를 벌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대형사와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요금은 큰 차이가 없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가격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체면불구하고 가격 경쟁에 뛰어든 것은 사정이 그만큼 쉽지않다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국내선에선 저비용항공사 구분이 흐릿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