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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천 신(神)이 산다는 제주의 정월은 '신들의 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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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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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 제주시 애월항 서쪽 남당. 단정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애월리 어촌계 어민 대표 5명과 한복을 입은 해녀 대표 3명이 '해령지신위'(海靈之神位)라고 적힌 비석 앞에 절을 올렸다.

바다를 다스리는 신에게 갖가지 음식을 차려 올리고 안전 조업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제(海神祭)'를 지낸 것이다.

어민과 해녀 등 30여명은 제례가 끝나자 어촌계 사무실로 옮겨 음복하며 덕담을 나눴다.

이날 새벽 0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내 포제청에서는 12명의 제관이 나와 마을의 수호신인 토신(土神) 등에 제를 지냈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된 납읍리 포제는 유교식 제례로 진행됐다.

애월읍 지역에서만 이날 하루 14개 마을의 포제단(酉+甫祭壇)이나 할망당(堂), 본향당(本鄕堂),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서 '마을제', '포제', '본향제', '당제', '토신제' 등의 명칭으로 제를 지내고 주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지난 4일에는 화북1동 포구에 있는 제주도기념물 제22호 해신사(海神祠)에서 '해신지위(海神之位)'에 안전 조업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가 열리기도 했다.

해신사는 조선 순조 20년(1820년) 제주목(牧)의 관문인 화북포구에 목사 한상묵이 처음 세웠으며,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 5일 '해신지위'에 제를 올리고 있다.

오는 12일에는 구좌읍 송당리에서 제주도 무형문화재 5호인 본향당굿이, 13일에는 조천읍 와흘리 본향당굿이 각각 펼쳐진다.

이처럼 제주의 마을제는 매년 음력 새해 첫날부터 시작되어 한 달여 동안 도내 120여개 마을에서 잇따라 열린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새해 정월을 맞아 처음으로 맞는 정일(丁日) 또는 해일(亥日)에 신에게 세배하는 마을제를 지내왔다.

마을마다 모시는 신의 이름은 '포신', '산신', '해신', '토신' 등으로 다양하고, 제례의 명칭이나 방식도 다양하다.

제주 전래의 세시풍속인 마을제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례다.

자연에 순응하고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던 마을제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에 미신이라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았다가 1980년대 들어 대부분 부활했다.

제관들은 제례를 지내기에 앞서 사흘 동안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며, 제단이 되는 곳의 입구에는 부정한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제례 일주일 전부터 금줄을 치기도 한다.

1만 8천 신(神)이 산다는 제주의 정월은 '신들의 축제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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