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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중 드라마 힐끗힐끗…TV 보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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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불안 호소하는데 경찰은 "버스기사 단속 대상 제외" 뒷짐만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회사원 김선우(36)씨는 이번 설 명절에 버스 대신 기차를 이용해 부산의 고향집을 방문했다.

지난 추석 명절 때 고속버스 안에서 경험했던 아찔한 추억(?) 때문이다.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운전 중 버스 위쪽에 설치된 TV를 올려다보며 운전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

잠깐 졸고 일어나 무심코 운전기사 쪽을 봤던 김 씨는 기사의 TV 시청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기사 아저씨가 위를 봤다가 앞을 봤다가 하는 거에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TV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고요."

김 씨는 "아저씨에게 TV를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다른 승객들은 다 자거나 조용히 있어서 말을 못했다"며 "마음 졸이며 목적지까지 간 탓에 그 회사 버스는 타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운전기사의 '아찔한 주행'은 김 씨만이 겪은 일이 아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드라마광 고속버스 아저씨'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해당 동영상에는 운전대를 잡은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있는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분 5 짜리 동영상에서 우전기사는 모두 17번 고개를 들어 TV를 시청했다.

해당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옆자리에서 찍었다"며 "고속버스의 경우 운전자가 볼 수 없는 곳에 TV를 설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장거리 운전기사들 "TV 가끔 보지만 위험하지 않아"

지난 2012년 경북 의성군에서 25톤 화물차 운전자가 DMB를 시청하다 앞서가던 상주시청 소속 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3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운전 중 DMB 시청을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주행 중 DMB 등 화상표시장치 시청을 금지하고 최대 7만원의 범칙금 규정도 책정됐다.

DMB 시청 처벌 규정은 오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고속버스 기사들은 "운행 중 TV 시청이 위험하지 않다"며 DMB 시청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이 수도권의 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기사들 중 일부는 "운행 중 버스 안에 설치된 TV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력 24년의 운전 기사 김모(51)씨는 "야구 경기나 청문회 같은 뉴스 종류를 보곤 한다"며 "운전하는 중간 힐끔힐끔 보지만 그렇다고 계속 TV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손님 입장에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가끔 보기 때문에 불안할 거 없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기사 박모(56)씨도 "운전 중에 궁금하면 TV를 볼 수도 있다"며 "운전석에서 고개를 들면 TV 화면이 보여서 손님들이 채널 뭐 틀어달라고 할 때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십명의 승객들을 실어나르는 기사들이 실제 운행중 TV를 시청하고 있지만 단속을 전담하고 있는 경찰은 "고속버스 기사 자리에서 TV가 보이지 않는다"며 고속버스 , 시외버스 기사들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속버스의 경우 TV가 위쪽에 달려 있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볼 수 없다"며 "고속버스 기사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고속버스 기사가 TV를 시청하는 장면을 승객이 신고했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없냐는 질문에 해당 관게자는 "딱히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운전기사의 운전대에 자신의 안전을 맡긴 승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성남에서 울산가는 고속버스를 탄 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버스연합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운전기사님이 20분 넘게 TV를 보면서 운전하고 있는데 저 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목숨을 걸고 운전하는 분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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