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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수, 짊어진 짐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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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수 "연기는 늘 어렵고, 답은 없다"

'감자별 2013QR3'의 하연수 (CJ E&M 제공)

 

100회가 넘는 TV 드라마 촬영은 출연진에게나 제작진에게나 고된 일이다. 특히나 일주일에 4번 이상 시청자를 찾는 일일극과 시트콤은 매일이 촬영 전쟁터다. 배우들은 에피소드에 따라 달라지는 본인의 출연 분량에 맞춰 짧은 휴식을 얻을 수밖에 없다. 적게는 석 달, 많게는 여섯 달 이상 강행군이다.

시트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현재 방영 중인 유일한 시트콤인 tvN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은 중반부를 넘기면서 시청자층을 더 넓히고 있다. '하이킥' 시리즈의 김병욱 PD가 메가폰을 잡은 '감자별'은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 씨 일가의 좌충우돌 '멘붕' 스토리를 담은 시트콤. 언제나 그랬듯 김 PD의 신인급 파격 캐스팅 전략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김 PD는 여진구, 고경표, 서예지 등을 대거 캐스팅했다. 또 지난해 tvN/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배우 하연수를 주연으로 섭외했다. 하연수는 이에 앞서 개봉한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짧지만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120부작 시트콤을 이끌어나갈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연수는 이와 같은 회의적인 시선을 단박에 깨버렸다. 이국적인 외모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아닌 이번에는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를 봤다. 그의 승부수는 통했고, 대중은 하연수를 '깜찍한 신데렐라'보다는 '연기 좀 할 줄 아는 신예 배우'로 보기 시작했다.

하연수는 '감자별'에서 나진아를 연기하면서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몬스타'의 민세이가 신비한 4차원 소녀라면, 나진아는 인간적이면서도 생활력 강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20대 중반의 완구회사 인턴사원이다. 하연수는 친구 같은 엄마 길선자(오영실 분)와는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절친' 노준혁(여진구 분)을 가끔은 남자로 느끼며 수줍어하는 나진아를 소화하고 있다.

나진아는 길선자, 노준혁뿐만 아니라 '감자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와 관련이 있어 자주 붙는다. 완구회사 콩콩의 대표 노민혁(고경표 분)과는 '날아라 슈퍼보드'를 함께 봐야 하고, 노수영(서예지 분)과는 클럽에 가서 섹시 댄스도 춰야하며 노보영(최송현 분)과는 발씨름 대결도 펼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의 분량은 가장 많고, 스케줄 역시 빠듯하다. 당연히 설 연휴에도 휴식은 없다. 데뷔 2년 차 신인 배우가 짊어지기에는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감자별 2013QR3'의 하연수 (CJ E&M 제공)

 

하연수는 31일 CBS노컷뉴스에 "선생님들, (서)예지랑 (장)기하 오빠, 줄리엔(강) 오빠랑 (후지이) 미나 언니가 몇 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내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갈 때면 분량이 많아진다"며 "그럴 때마다 힘들다기보다는 역시 어렵고, 책임감을 느낀다. 연기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항상 고뇌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많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하연수 본인은 아직도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나진아라는 캐릭터와 접촉이 됐다가 안 됐다가 아직 많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연기할 때 마다 나진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고, 진짜로 나진아가 됐다고 느끼도록 늘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며 "그게 안 된다면 나진아의 이야기를 공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늘 어렵고 특별한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소녀 하연수는 미술 도구를 사기 위해 틈틈이 피팅 모델로 활동하면서 아오이 유우를 닮은 외모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신비스러운 이미지의 하연수에게 관심을 뒀던 현재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는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냈고, 연기자로서의 삶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술학도에서 연기자로 다시 꿈을 찾아 나선 하연수에게 있어서 이번 '감자별'은 중요한 작품이다. 지금 당장은 버겁겠지만, 이 무거운 짐을 버티고 일어선다면, 성숙한 배우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문은 더욱 넓어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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