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민심의 용광로 설 명절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고향에서 서울로 수천만명이 대이동을 하면서 여론 형성의 장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박근혜정부 들어 첫 번째 전국 단위 선거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명절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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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용광로 주목하는 정치권
잘 난 것도 못 난 것도 없는 장삼이사들이 설 밥상에 올릴 최대의 화두는 사상 최악이라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일 듯 싶다. 무려 1억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성인남녀라면 해당되지 않는 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시급한 민생 문제인지라 여야는 2월 국회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와 안정행정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지난 28일 합의했다.
현오석 부총리.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현오석 경제팀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현 부총리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여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인적쇄신 요구를 일축한 채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우고 있어 유감"이라고 현 부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옐로카드를 보였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등의 ‘국민 탓 발언’으로 악화된 여론에 불을 지른 현 부총리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공개경고를 함으로써 경제팀 경질 요구는 사실상 거부했다.
고향을 찾은 가족과 친지들은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현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저울질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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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사태, 현 정부에 책임 물을지 주목 정치로 눈을 돌리면 단연 안철수신당이 화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안철수신당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안철수신당이 선거용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3년 창당하면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4년 만에 사라졌다. 민주통합당도 대선 패배 직후 100년 정당을 모색한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명부터 민주당으로 바꿨다.
따라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초라했던 우리 정당의 역사를 익히 알고 있는 설 민심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안철수신당을 간 볼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는 여전히 모호하다. 추상적인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 양비론을 주무기로 여야 거대정당의 틈새만 엿보고 있다는 혹평도 있다.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합류하면서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현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도 부족하고 그나마 입장 표명이 한 박자 늦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안철수신당이 겪고 있는 이같은 어려움은 신생정당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일 테지만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그런 사정을 모두 봐 줄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6월 지방선거까지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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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100년 정당론, 유권자들은 어떻게 볼까
안철수 무소속 의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야권연대는 바람직한 것인가”에서부터 “야권연대는 가능한가”까지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야권연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과 민주당의 안마당인 호남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새누리당이 후보를 확정해 당력을 집중하고, 안철수신당이 독자후보를 세워서 실전에 들어가게 되면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남경필 의원, 안철수 의원의 러브콜에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민주당 소속 김상곤 교육감 등의 거취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변수는 야권연대 성사 여부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합쳐 신당을 만든다면 민주당과 안철수신당 지지자의 압도적 다수가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성사 여부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연대론 자체가 패배주의”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야권분열에 의한 새누리당 어부지리 주장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창당도 하기 전에 연대를 말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분적 경쟁, 부분적 연대라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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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 크게 요동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안철수 태풍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분위기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신당을 역전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주승용 이낙연 유성엽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선수들이 속속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호남의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이용섭 의원도 선 연휴 직후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고, 박지원 의원은 “호남에서 안철수 태풍이 다시 불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출격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등 호남 수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한길 대표도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광주과 전남북을 순회하는 등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는 자신의 말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에 맞서 창당 선언 직후인 지난 23일 전남 목포를 방문했던 안 의원은 다음달 5일에는 전북 전주를 찾아 안철수 태풍을 되살리는데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대안으로 안철수신당을 점지할지, 아니면 미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민주당에 줄 것인지 호남 유권자들의 고심이 깊어갈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의 대안 안철수 또는 미워도 다시 한 번노인 기초연금과 4대질환 의료비, 반값 등록금, 기초선거 공천 폐지 등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 논란도 설 밥상의 주요 메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주장은 “공약을 안 지키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냐”며 “그렇다면 그 사연이라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을 앞세워 민심을 사로 잡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박근혜정부의 공약 파기 내용을 담은 정책홍보물 30만부를 제작해 설 귀향객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임기 11개월 차인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을 흠집내고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라며 “‘감꽃 피는데 곶감 언제 먹느냐고 안달하는 격’이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임기 많이 남았으니 지켜보라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1년 가까이 진행된 이 사건이 잊혀지기를 바라겠지만 야당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지난 24일 회동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여전히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휴화산이라는 뜻이다.
국정원개혁특위가 설 직후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야당은 다시 한 번 특검 도입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