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강력 사건은 여전히 핵심 단서 하나 발견되지 않는 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부산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일 부산진구 가야동에서 80대 60대 고부 피살사건이 발생하지 벌써 20일째.
21일 부산진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1차 부검결과 시어머니 김모(87)씨가 며느리(65)씨보다 1~2시간 정도 먼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씨가 숨진 근처에 지름 약 3cm 규모의 움푹 팬 둔기 자국이 여러 곳 발견됐고, 정씨의 몸에도 구타 흔적이 나타났다.
경찰은 용의자가 시어머니 김씨를 살해한 이후 정씨를 위협하다 결국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부동산과 예금 등 재산정리를 해 놓은 것으로 미뤄 누군가 재산을 노리고 이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씨의 집에서 20m가량 떨어진 CCTV화면을 분석해 약 5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다 할 핵심 단서가 전혀 없다는 것.
게다가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경찰 인사 등으로 수사 본부장이 중간에 바뀌는 바람에 수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 9일부터 신고포상금 2천만원을 내걸고 결정적인 제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수사본부 김윤태 본부장은 "재산을 노린 면식범, 단순 강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면서도 "아직 뚜렷한 범행 동기나 목격자 등이 없어서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일 발생한 사상구 금은방 절도 사건은 수사 착수 백일이 다 됐지만,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괘법동 주변의 택시, 버스, 도시철도 역사 등 확보할 수 있는 CCTV 녹화 영상 수백 개를 분석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50대 남성 2명을 추려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구포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면서 한 명은 대구의 한 기차역에서 내렸지만, 이후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용의자들이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 이들의 모습이 담긴 수배 전단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력사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제 사건 제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사력을 자랑하는 부산경찰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을 물론, 조직을 정비한 뒤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