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이 또다시 충돌해 대규모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충돌은 지난해 11월 말 경찰의 시위대 강경 진압 이후 최대 규모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태 발생 다음날인 20일 정치 위기 타개를 위한 야권과의 공동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 야누코비치, 정국 타개 공동위원회 구성 지시 =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안드레이 클류예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에게 정치 위기 해결을 위한 실무그룹 구성을 지시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이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또 실무그룹 구성원들이 곧바로 야권과 면담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공보실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주요 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는 전날 저녁 키예프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면담한 뒤 대통령이 정치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정부-야권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이 위원회에 대통령 행정실 직원과 정부 관료, 야권 대표 등을 참여시키자고 제안했다고 클리치코는 소개했다.
클리치코는 "대통령에게 야권의 요구 조건으로 자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대신 위원회 창설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당수 아르세니 야체뉵도 이날 저녁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야권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전격적 제안은 새해 들어 또다시 불붙고 있는 야권의 저항운동을 서둘러 진화하고 2개월 가까이 혼란 상태에 빠진 정국을 조속히 수습해야 할 필요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 시위대-경찰 무력 충돌…부상자 속출 =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선 19일 낮부터 수십만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새해 들어 최대 규모의 군중집회(베체)가 열렸다.
주요 야권 지도자들이 각자 연설을 통해 향후 반정부 시위 방향을 밝히며 논쟁을 벌인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국민 의회 구성, 헌법 개정, 대통령 탄핵 등을 추진키로 하는 행동 계획을 채택하고 행사를 끝냈다. 시위는 경찰과의 별다른 충돌없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오후 6시께부터 의회 건물과 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과격 성향의 시위대 수천명은 진로를 가로막는 경찰에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화염병으로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영하 7도의 날씨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경찰은 6시간 가까이 계속된 공방에서 내무군 등 진압 병력 70여 명이 부상해 40여 명이 입원했으며 그 중 4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두개골 함몰, 골절, 타박상 등의 상처를 입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버스 4대와 트럭 2대도 불탔다.
시위대 쪽에서도 4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야권 시위를 경찰이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 최대 규모의 피해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십명의 과격 시위 주동자들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야권 지도부는 이날 무력 충돌이 과격 도발자들의 소행이라며 평화적 시위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