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하고 이건희 회장 가족 건사해주길
-93년 자서전보다 지금 쓴 편지가 유효
-87년 이후 최초의 직접 만남 기대■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차동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세기의 재판이라고들 하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삼성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배분 소송. 지난 2012년에 시작해서 1심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승소, 이맹희 전 회장이 패소를 했습니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인데요. 그런데 지난주에 이맹희 전 회장이 일부 소를 취하하면서 직접 쓴 5장 분량의 서신을 법정에서 공개해 화제입니다. 이건희 회장에게 화해를 제안하기 위해서 쓴 거라고 하는데, 삼성측에서는 진정한 화해는 소를 취하하는 거라면서 이 편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편지의 진실은 뭘까요. 양측의 진짜 입장은 뭘까요. 저희가 들어보고 싶어서 양측 모두의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마는 삼성측 변호사는 현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 소송대리인이 인터뷰에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맹희 전 회장측의 입장만 들어보기로 하죠.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제가 삼성쪽의 반론은 대신 전하면서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차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차동언>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우선 이맹희 전 회장이 처음 소송을 낸 취지는 뭐였죠?
◆ 차동언> 삼성가의 장자로서 그동안 벌어졌던 분열양상을 봉합하고 화합을 하자는 취지에서 전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 김현정>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이건희 회장이 본인 명의로 변경을 했으니까 그걸 일단 돌려달라' 이런 소송 아니었습니까, 쉽게 말하면?
◆ 차동언> 기본적으로. 왜냐하면 여러 번 보도도 보셨지만 일부 가족들이나 조카들이 돈이 없어서 자살하고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소송을 낼 수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 이맹희 회장님은 형제들 대표해서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대표소송을 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 김현정> 하지만 1심에서는 패소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부는 제척기간이 지났다, 일부는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 해서 패소를 했는데 항소를 하셨어요?
◆ 차동언> 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 일부는 소를 취하했어요. 그게 에버랜드 청구분에 대해서만이라고요? 어떤 이유입니까?
◆ 차동언> 상대방 측에서 마치 이맹희 회장님이 삼성 어떤 경영권을 뺏으려고 한다, 이런 소문이 많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형제들 화해하자고 하는데 남의 그룹 운영권을 뺏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 그래서 저희들이 그 부분은 과감히 취하하고 그야말로 소송의 순수성을 높이는 것이 9000억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나은 거다. 그런데 편지에도 나타났다시피 이맹희 회장님이 너무 대승적 결단을 해서 저희들이 사실 부끄러웠습니다. 그룹의 경영권이나 경영구도를 훼손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 김현정> 어쨌든 지금 항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화해의 편지가 나왔습니다. 이맹희 전 회장이 직접 쓴 화해의 편지.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어떤 취지일까요?
◆ 차동언>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이건희 회장님과 화해가, 1심 판결 난 상태에서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희 회장님도 사실 1심 판결은 부담스러운 내용이고 우리가 패소는 했지만.
그래서 그렇게 되면 화해가 자연스럽게 될 것이고 돈 문제야 나중에 형제간에 뭐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2심 판결에 와서 계속 화해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지금 화해가 마지막에 거부하는 형태도 있고, 왜 화해를 거부하냐 했더니 삼성그룹의 경영에 문제된다고 하니 지금 문제가... 그래서 우리가 화해의 주도를 쥐자. 그리고 화해 핵심 내용은 피고 이건희 회장님이 가족들을 건사하는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 건데...
◇ 김현정> 다른 가족들을 좀 돌봐라 이런 의미?
◆ 차동언> 그렇죠. 그건 정서적 문제고, 그런 정서적 문제는 저희가 소송에서 승소했다 한들 그 문제는 해결이 안 되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소송을 통해서 이건희 회장님이 같이 나서서 화해를 하고 형제간에 좋은 가족이다 하는 것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 곳곳에 형제들간에 파열음이 생기고 그 핵심에는 또 이건희 회장님이 계시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님한테 같이 가자, 이런 제안으로서 사실 장자로서 화해를 제안한 겁니다.
◇ 김현정> 이건희 회장만 화해의 악수를 받으면 다 해결되는 건가요, 복잡한 집안 문제가?
◆ 차동언> 사실은 그게 거의 90%라고 봅니다.
◇ 김현정> 이맹희 전 회장의 편지내용이 지면으로는 공개됐습니다마는 육성으로 뜻을 전한 적은 없는데요. 오늘 이 방송을 위해서 직접 육성으로 메시지를 녹음하셨다고요?
◆ 차동언> 예.
◇ 김현정> 육성으로 직접 녹음을 하겠다고 한 이유는 뭘까요? 어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 차동언> 방송에 나갈 기회가 되신다면 이맹희 회장님께서 내 목소리, 내 뜻을 직접 전달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에 육성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일단 그 육성편지를 좀 들어보죠.
<이맹희 육성="">
저 쪽 사람 같으면 내가 양보해야 (화해가) 안 이루어지겠나 하고 나는 그 쪽에서 양보를 해야 이게 화해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내가 결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자기 잘못을 먼저 나한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머리 숙이고 다시는 이런 일 없겠다 형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하면 내가 뭐 어떻게 하겠노. 자기가 잘 못했다고 그렇게 나오면 오히려 거꾸로 나도 잘 못 한 게 많다 그러지 마라 이렇게 넘어갈 수가 있는 거지...이맹희>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왼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자료사진)
◇ 김현정> 이맹희 회장의 육성 메시지를 여러분 잠깐 들으셨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화해를 제안했으니 이건희 회장이 미안하다고 하면 나도 미안하다고 하면서 서로서로 화해가 되지 않겠는가, 이런 뜻을 지금 전한 겁니다.
변호사님, 그런데 법정에 제출한 화해의 편지, 화해의 메시지 내용과 몇 년 전에 쓴 자서전의 내용간에 좀 다른 게 있더라. 이것으로 미뤄봐서 과연 이 편지에 진정성이 있느냐. 삼성측에서는 좀 의심을 하는 것 같던데요.
삼성의 차기대권을 건희에게 물려준다고 밝혔고 나는 후계구도뿐만 아니라 유산분배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이렇게 인정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이 편지에서는 고 이병철 회장께서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다르네요?
◆ 차동언> 이게 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약간 혼란스러운 몇 가지 정리를 일단 해야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병철 회장님은 유언이나 이런 걸 남긴 바가 없으십니다. 그게 있었다면 이 소송은 벌어지지 않았죠.
◇ 김현정> 그러면 자서전에다가는 유언이 있었다는 것처럼 비춰졌는데 그게 아닌가요?
◆ 차동언> 현재 이맹희 회장님이 만약에 안 계신다면 모르겠지만 살아계시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쓴 편지와 20년 전 쓴 글과 일부 차이가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본인이 직접 쓴 글이 훨씬 더 자료가 더 가치가 있겠죠.
◇ 김현정> 자서전은 누군가 옆에서 대필작가들이 써주고 하는 과정에서...
◆ 차동언> 그렇죠. 그것도 예순이 넘으신 나이에 쓰신 거니까. 하지만 93년 책 나온 시기가 뭐냐하면, 이건희 회장님이 삼성의 신경영 선포할 때거든요. 형 입장에서 동생을 밀어준다는 차원에서 아마 책을 쓰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편지에 있는 내용대로 이건희 회장님을 좀 밀어주고 우리 자식들 챙겨주고 가족들 잘 건사할 거라는 신뢰가 아직 있을 때고 약간의 립 서비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사실은 제가 왜 이렇게 쓰셨냐고 이맹희 회장님께 여쭤봤더니요, 말씀 안 하세요. 솔직히 말해서 그 동생을 믿은 것에 대한 어떤 그런 것을 밖에 얘기하기가... 이게 편지에 처음 말씀하신 거거든요, 사실관계를.
◇ 김현정> 지금 살아계신 분이 현재 쓴, 직접 쓴 편지가 훨씬, 이게 더 유효한 거다,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고요. 또 하나는 이게 진짜 화해의 편지라면서 편지에다가 과거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는 것이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건희 회장을 나쁜 사람 만들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서 무슨 화해의 편지냐, 또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 차동언> 솔직히 말해서 지금 그동안 우리 이맹희 회장님에 대해서는 표현됐지만 노욕이다, 다 늙어서 돈 욕심 올랐냐 이렇게 얘기를 하시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화해한다면 난데없이 소송에 불리하니까 화해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밖에 될 수가 없죠. 그러니까 그동안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소송을 제기했고 하지만 다 잊어버리고 형제간에 가장 지금 필요한 것은 참 놀라운 일이지만 이병철 회장님, 선대 회장님 돌아가신 이후로 이맹희 회장님은 이건희 회장님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으신 모양입니다.
◇ 김현정> 1987년 이후로 한 번도 없다고요?
◆ 차동언>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시대요. 찾아가서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편지에 썼지 않습니까? 5분이나 10분만이라도 보자, 우리. 봐서 실제 형제간에 우리가 무슨 일이 생긴 거냐, 지금.
◇ 김현정> 그러면 언뜻 들으시는 분들은 그러면 처음부터 화해를 원했으면 왜 소송을 걸었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 차동언> 소송은 안 걸 수가 없었죠. 소송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단 상속을 포기하라는 황당무계한 문서가 삼성으로부터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해 버리면 화해고 뭐고 없죠. 소송을 제기해 놓고 화해를 하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 소송을 포기하라, 취하하라고 일방적이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거 하기 위해서는 어떤 화해에 대한 기본전제가 존재해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이맹희 회장측에서 계속 얘기하시는 건, 애초부터 우리가 원했던 건 진정한 화해, 집안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화목, 이런 거라는 말씀이세요. 그러면서 화해라는 것의 본질이 뭐냐라는 얘기,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을 해야 화해가 되는 거냐라는 부분에서 5분이라도 만나서 화해의 악수를 하면.
◆ 차동언> 물론 화해 약속하면 그 뒤에 어떤 일이 발생될지 저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진짜 만나기를 기대하고 계시고요.
◇ 김현정>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차동언> 언제든지 소를 취하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의사를 추측해 볼 때는.
◇ 김현정> 그게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