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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헌법, 27년간 변화된 사회상(相)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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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③] 경제성장, 정보화, 양극화, 고령화, 변화된 남북관계 ...

개헌론의 밑바탕에는 '지금의 헌법이 27년간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단순한 권력구조 재편이 아니라 기본권과 국가 정체성 등 전반을 고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 양적 성장과 사회분화, 달라진 사회상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2년전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지금의 헌법은 세계화·정보화·지방화라는 21세기의 새로운 추세를 담아내지 못한 채 20세기의 낡은 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7년 이후 25년간, 무역규모는 883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달러로 11배 이상 늘었고 1인당 국민소득도 3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증가했다. 정보화의 물결은 일상적인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7년 1434억달러(통계청)였던 국내총생산은 2012년 1조1300억달러(세계은행)로 약 8배 늘었다. 4162만여명이던 인구는 2012년 5000만명을 넘어섰고, 127개국이던 수교국은 지난해 190개국으로 늘었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사회양극화의 문제도 꾸준히 확대됐다. 고령화와 다문화화 등 새로운 사회현상도 발생했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1990년 3.93에서 2012년 5.76으로 급증하는 등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서울·경기·인천 인구는 1987년 1687만명(전체대비 40.5%)에서 2012년 2470만명(49.4%)으로 늘면서 지역불균형을 확인시켰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990년 5.1%에서 2012년 11.8%로 갑절에 이른 반면, 14세 미만 인구비율은 25.6%에서 15.1%로 급감해 '저출산 고령화 사회'도 입증됐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행도 빠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6년 9389명이던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지난해 4월 현재 5배가 넘는 5만5767명이 됐다.

또 20여년간 남북한 UN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은 서로를 소멸·흡수의 대상에서 교섭 상대로 인정하는 관계를 정립해가고 있다. 물론 27년 전과 달리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자행한 것도 큰 변화다.

◈ 기본권 중시한 시민사회 개헌안

이미 시민사회에서는 사회 변화를 충실히 반영한 개헌안을 4년전 제시한 상태다. 바로 2010년 7월 발표된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찬아카데미)의 개헌안이다. 4년에 걸쳐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인간의 기본권 강화, 탈중앙집권화 및 분권화, 생태주의의 지향 등을 집대성한 내용이다. 이 개헌안은 정치권의 개헌안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화문화아카데미 개헌안은 우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기존 헌법 전문 내용을 '4월혁명 및 6월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이라고 바꿔 87년 6월항쟁의 헌법적 평가를 시도했다.

새 권력구조는 '5년 중임 대통령제'와 '국회 양원제'를 제시했다. 양원제는 현행 국회와 유사한 최다 200석의 하원과, 광역시도 단위에 '동일 의석'을 배분하는 최다 100석의 상원을 상정했다. 이는 통일 뒤 북한까지 감안한 연방주의형 의회제도로 평가된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임혁백 교수는 17일 "하원은 인구비례로 하되, 상원을 서울과 각 도에 같은 수의 의석을 배분하는 식으로 구성하면 지방이익 반영이나 지역통합을 맡길 수 있다"며 "통일된 이후에도 평양과 각 도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 대상은 기존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서 '성별·종교·종족·언어·인종·연령·신체적 조건이나 정신적 장애·출신지역·성적취향 또는 사회적 신분'으로 확장해 평등권을 강화했다. 또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진다'고 사생활·비밀의 자유를 못박았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현상을 반영해 '모든 국민은 아동기와 노년기에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신설했으며, '국가는 법률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는 내용도 새로 넣었다. 사형제의 폐지를 선언하고, 양심적 병역거부권도 인정했다.

'공권력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한다'며 국가 범죄에 대한 불관용을 천명했으며, '형사피고인'에 한정된 무죄추정 대상을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바로잡았다. 아울러 구속·압수·수색영장과 관련해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표현을 삭제해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을 폐지했다.

정보의 자기결정권 조항, 무죄추정의 원칙 조항, 영장신청권자 조항, 난민권 조항 등은 정치권(이재오·우윤근 의원) 개헌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또 대통령 5년 중임제 방안은 '4년 중임제'로 변용됐다.

 

◈ 시민참여, 개헌 성공의 조건

헌법은 국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통합된 이념과 비전을 담은 규범이자 선언문이고, 해당 국가 공동체의 사회관이나 의식수준을 드러낸다. 따라서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헌법에 제대로 담아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요구다.

대화문화아카데미 개헌안에 참여한 하승창 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사회의 변화상에 맞춰 시민의 기본권을 보강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정치권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을 단지 권력구조 개편에 맞추는 것은 대단히 협소한 논의에 그칠 것이고 정략적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시민의 동의도 당연히 얻을 수 없다"며 "개헌 논의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7년 헌법을 기초한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도 사회 변화상의 반영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는 "다문화 가정이 없다면 동네에서 아기 우는 소리를 못들을 정도다. 당연히 인종차별 금지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 밖에도 그동안 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속히 조정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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