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9일 올들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는 일부에서 7개월째 동결된 기준금리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의 원화 절상을 고려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 범위를 훨씬 밑도는 저물가에 정부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긴축적이어서 금리인하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통위를 하루 앞둔 8일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갑자기 힘을 얻는 모습이다. 실제 8일 채권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보였다.
그동안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기준금리 인하가 연초에 이처럼 갑자기 부상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새해 경제운용과 관련한 정부의 강력한 경기활성화 의지, 엔화의 추세적 약세, 통화정책을 담당한 중앙은행 총재의 언급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3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을 지적하며 내수 진작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필요하다면 금리인하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율이 변동폭이 커지고, 특히 엔화가치의 끝 모를 추락으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은 금리 인하론이 급부상하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이달에도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완연하고 미국 등 세계 경제도 호전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려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고, 추가로 인하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당시 정치권 등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때 한은은 마지못해 금리를 연2.5%로 인하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이 같은 논리로 반박했었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엔저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리 변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김중수 총재의 임기가 3월로 끝나는 점도 금리 동결 쪽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가 급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후임 총재에게 정책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