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직후인 2002년부터 12년간 미국 뉴욕시를 이끌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구랍 31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면서 야인으로 돌아갔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룸버그 시장은 전날 정상근무를 마치고 오후 5시11분께 집무실을 나섰다.
순간 시청 복도에서는 숫자 108 모양의 거대한 황금색 풍선이 펼쳐졌다. 108대 시장과의 이별을 위해 직원들이 준비한 것이다.
복도에서 대기하던 수백명의 직원은 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는 지난주 블룸버그에게 첫 손자를 안겨준 딸 조지나도 함께 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어떤 날이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시청 바깥에 도열한 소방대원들의 환송을 뒤로 한 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앞서 블룸버그 시장은 오전 9시께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시장으로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나는 11년 364일, 그리고 약 9시간 동안 시장으로 일해왔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이랴며 운을 뗐다.
이어 9.11 테러가 발생한 지 3개월여 만에 시장에 취임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뉴요커들이 역시상 가장 어두웠던 날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회복하고 있었고 우리 모두 뉴욕의 재건을 이야기할 때였다"며 "우리는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성공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나은 뉴욕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일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특전이었다"며 뉴욕 시장으로 살았던 12년간이 자신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우리는 차기 행정부에 최고의 여건을 물려주고 떠난다"며 "뉴욕시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뒤에는 청사를 나서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직원 및 직원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냈다.
블룸버그 시장은 재임기에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강경 일변도의 시정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9.11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치안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범죄율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지만 무차별적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차별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뉴욕의 경제를 정상화했지만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비만과의 전쟁'을 통해 시민들의 기대수명을 크게 끌어올리는 등 뉴욕을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만들었지만 시민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보모 정부'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청사를 떠나면서도 "오늘 밤 11시59분59초까지는 시장으로서 전화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후임자인 빌 더블라지오 신임 시장에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행하시오"라는 내용의 짤막한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