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첫 공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횡령·배임 및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CJ 이재현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이 회장이 개인자금 관리를 위해 회사 안에 비밀 사금고를 두는가 하면, 술집에서 수천만원 어치 가짜 영수증을 받아와 허위 회계처리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에 대한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재무2팀장은 이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 방법과 내역에 대해 세세하게 진술했다.
이 전 팀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금고는 'CJ금고지기'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의 사무실과 이 회장의 방 사이에 위치했다.
이 전 팀장은 "재무2팀 사무실과 신 부사장 사무실 사이 재무2팀 소속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비상계단이 있었다"면서 "재무2팀에서 자금 관리 내용을 보고하면 신 부사장이 이 회장에게 다시 보고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또 "신 부사장의 책상 뒤쪽 면이 모두 이 회장의 금고였다"며, "금고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1.2~1.3m 크기의 작은 금고가 있고, 그 뒤쪽에 있는 나무 가벽을 열면 쇠창살 너머로 실질적인 금고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팀장은 이 '금고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비밀번호와 열쇠 등을 4차례나 이용해야 할만큼 보안이 철저했고, 이 안에 차명주식으로 만든 현금이나 CJ제일제당 재무팀으로부터 받은 현금 등을 1억원 단위로 쌓아두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1990년대 CJ가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돼 나오면서부터 차명재산이 조성됐다면서 "(이 회장 등으로부터) '차명재산을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 그 부분 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팀장은 개인 자금이 임직원이나 운전기사 등 측근 또는 주변인물에게 주기 위한 선물 구입비나, 고가의 자동차, 형제자매 지원, 주택 수리비 등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 전 팀장에 앞서 진술한 CJ제일제당 전 재무팀장 이모씨는 "회장실 재무 2팀에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603억여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CJ명의 통장에서 1만원권 현금을 인출해 이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를 하던 재무 2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영수증 증빙이 필요하면 개인 신용카드 내역이나 술집 가짜 영수증을 전달받아 허위 회계처리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하기 이전부터 격임직원 려금, 접대비 등 회사 업무에 필요한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관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국내외 비자금 6200억여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7월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