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 출처=유튜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미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망치를 더 길게 잡아보면,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제어하는 수준까지 역할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계획적 도발'을 한 데 대해 미국은 곧바로 "실망스럽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들도 미일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을 일제히 내놓았다.
하지만 내년 2분기 본격화될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 시점으로만 전망 시기를 넓혀봐도, 분석이 달라진다. 미국은 동북아 긴장을 야기하는 아베 총리의 행동에는 못마땅함을 나타냈지만 미국안보의 '핵심이익'을 위해서는 일본과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망입장을 나타낸 지 하루 만에 일본이 오키나와현의 후텐마 기지이전을 승인하자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후텐마 기지이전은 주일미군 재배치를 넘어 미국의 전지구적 군사전략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되는 사안이다. 안보 측면에서 일본이 미국에게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성격은 분명 다르지만, 여기서 비교할 게 있다. 일본에 대한 환영표시는 국방장관 성명인 데 반해 일본에 나타낸 실망 표시는 국무부 대변인의 이메일 성명이었다. 특히 국무부 성명의 마지막 문단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일본의 평화 결의를 재확인한 데 대해 주목한다"고 밝힌 부분은, 신사참배 행위를 놓고 미국과 한국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까지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다.
신사참배에 대해 한국이 "잘못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자 동북아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시키는 행위(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라고 보는 데 반해,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막을 근거까지는 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 미국의 유감표명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곧바로 사태를 수습하는데 돌입한 만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차가운 시선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조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안보적 이익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협력 수준도 높다"며 "미일 협력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양국 관계를 파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유감표시를 '유례 없이 센 것'이라고 평가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에 대한 실망 표시도, 현재 미국 행정부가 명분과 원칙을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라는 점, 향후 일본과의 안보협력 정책에서 국회가 반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작용한 것일 뿐 미국의 대일 정책은 기본적으로 바뀔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참배 건으로 일본 정부의 집단적자위권 추진에 대해 통제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미국이 일본의 군사야욕을 관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