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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무관심과 묵인에 시민은 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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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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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사망 순천 민원인의 마지막 절규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소중한 것이 공무원의 자존심인가 봅니다. 정말 억울하고 원통해서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풀고 싶습니다."

지난 20일 순천시청에서 분신해 숨진 민원인 서모(43)씨는 사건 전날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12장짜리 유서에서 그동안 인허가 신청 과정에서 순천시 공무원들에게 쌓인 섭섭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유서는 서씨의 유가족들이 순천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유서에서 그동안 민원 제기 과정에서 만난 의원, 기자 등과 함께 실무 공무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동안 자신을 대했던 태도에 대해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들이 맘먹으면 안 될 것도 없고, 될 것도 안된다.'는 말 뼈저리게 느끼고 갑니다"라며 순천시 인허가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빈정대며 모멸감을 준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00동 용도변경 건 잘 아시죠? 허가민원과 직원들이 처음에 '불가' 했다가 나중에 소매점을 음식점으로 변경해 주셨죠? 술이 넘어가시던가요? 그거 술이 아니라 시민의 피눈물입니다."

서씨는 다른 곳의 용도변경 허가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공무원들이 접대받은 사실을 암시하기도 했다.

"'저것들을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시민은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할 저것들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도와주고 보듬어 안아 줘야하는, 즉 함께 나아가야 할 대상입니다."

"소송할 비용으로 공무원에게 돈을 쓰지 그랬냐구요. 돈!돈! 하지 마시고, 술!술! 하지 마십시오."

"소송을 안 했으면 해줄 수 있었다구요? 그렇다면 애초에 순천시가 불합리한 행정, 불공평한 행정을 저한테만 한 것 아닌가요?"

서씨가 유서에 남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순천시 공무원들이 그동안 민원인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서씨는 2008년부터 순천시 야흥동에 주유소, 가스충전소, 소매점, 농가주택 등 4차례에 걸쳐 개발을 위한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불허됐다.

서씨는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과 소송을 모두 6차례나 제기했지만 "해당 땅이 우량농지로 보존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모두 패소했다.

특히 광주지법은 형평성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직접 조사를 벌이고 나서 서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시는 이번 분신사건이 터지자 민원인에게 충분히 이해를 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동안 대법원 판결과 광주지방법원의 현지 확인을 거쳐 기각 판결함에 따라 불허 처리했다"고 절차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서씨는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면 안 됩니다. 공무원의 무관심과 묵인에 시민은 죽어갑니다"고 절규했다.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에게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민원인의 절망감이 절절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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