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어….”
20일 오전 11시 45분 전남 순천시청 로비에서 민원인 서모(43) 씨의 분신(焚身)을 목격한 시민에 따르면 서 씨는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이 진화된 직후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이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21일 시민 A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연히 민원실 앞을 지나다가 분신 장면을 봤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하려던 것 아니겠느냐”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날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한 서 씨는 전신 3도의 중화상을 입어 서울 모 병원으로 후송됐다.
민원인 분신사태 발생 6시간 뒤. 순천시는 “민원인에게 충분히 이해를 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빠른 쾌유를 바란다”며 “시장 공식행사를 취소하고 유사한 민원사례가 없는지 점검에 나섰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튿날 오전 8시 40분쯤 서 씨가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분신 21시간 만이다.
순천시 등에 따르면 서 씨는 7년여 전부터 순천시 야흥동 한 노지에 주유소 허가민원을 제기해왔으며 이후 충전소, 농가주택 등으로 바꿔가며 허가를 신청했지만 모두 불허됐다.
이 과정에서 서 씨는 순천시와 모두 6차례에 걸친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였고 모두 패소했다.
서 씨는 지난 5월 순천시의회에 출석해 “순천시가 행정소송 과정에서 중대 서류를 숨기고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아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이날 ‘2012년 소송 당시 동일한 단지 내 이미 허가가 난 순대공장과의 형평성을 주장했고, 담당판사가 순천시에 허가서류 일체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우량농지에 대해 순천시 담당 공무원들이 일관성 없는 행정을 했다. 민원인은 한 사람이었지만 담당공무원은 4~5번 바뀌었고 공무원들마다 말이 달랐다”며 “시는 우량농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 판결 이후에도 계속 허가가 났다. 순천시의 재량”이라고 주장했다.
서 씨는 이어 “지난 7, 8년 동안 이 땅을 가지고 오면서 빚도 엄청나게 많다. 한두 달 뒤면 우리 집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며 “집에 압류가 들어와 살기도 어렵다. 왜 시민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라며 흐느꼈다.
또 “제가 여기서 휘발류 뿌리고 죽어야 억울함이 풀어지겠느냐”며 분신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순천시는 “2008년 4월부터 진행된 야흥동 우량 농지전용 민원에 대해 그동안 대법원 판결과 2011년 12월 행정심판 기각, 2012년 11월 광주지방법원의 현지 확인 등을 통해 기각 판결함에 따라 불허가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이미 고인이 된 서 씨. 그의 주장은 의회 회의록을 통해 기록됐고, 7개월 뒤 분신을 하며 ‘아무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