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교내에 대자보를 허가없이 부착하는 것은 불법이고, 교내 부착물은 보통 교장 선생님의 재가를 받습니다"
지난 15일 대전 모 학교의 교사는 학생의 대자보를 철거한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학교 측의 불허로 이들의 대자보는 벽에 한번 붙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다.
대자보 확산이 계속되자 18일 서울 한 여고의 교장은 경찰을 불러 교내에 붙은 대자보를 떼어내기도 했다.
해당 교장과 교사들에 따르면 2장의 대자보 중 1장은 외부인인 대학생이 부착했고, 다른 1장은 재학 중인 고3 학생이 부착했다.
그는 "재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붙였기 때문에 경찰에 알린 것"이라며 "생활지도부의 검열 도장을 받지 않고 게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아침 철거된 진주여고 대자보에 관해서도 경남도교육청 측은 교육기본법을 언급하며 "학생은 정치적·종교적 중립 의무가 있고, 다른 학교나 학생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못박았다.
이밖에도 18일 현재 각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교사들의 중·고등학생 대자보 불허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이 중에서는 반성문을 써서 내라는 주문을 받은 학생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중·고등학생이 교내에 대자보를 붙일 경우 허가받지 않은 대자보는 '불법'이며 법적으로 학생은 정치적·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중·고등학생들은 법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없고, 학교의 재가 없이는 교내 대자보 부착이 불가능할까?
경남도교육청 측에서 대자보 철거의 근거로 삼은 교육기본법을 살펴보면 '정치'에 대해 언급되는 부분은 두 곳이다.
제1장 6조 1항의 ▲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와 제2장 14조 4항의 ▲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바로 그것.
'학습자'에 대해서는 제2장 12조에서 ▲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2장 12조 2항을 근거로 "학교에서 세세하게 학칙을 정할 수 있다"며 "학칙에 따라서는 대자보를 떼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제1장 6조 1항에 대해서는 "교원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라는 장소가 중립적으로 돼야 된다는 것"이라고 해석을 내놓았다.
전교조 측의 이야기는 또 달랐다.
이날 전교조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사실 교육기본법은 교원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중심"이라며 "학생 행동에 대한 지침은 명시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아동 권리협약을 근거로 "학생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헌법적인 기본권"이라면서 "유엔 아동 권리협약을 보면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와 같은 행동을 학교 측이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해야 되는 영역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UN 아동 권리협약은 제13조 1항의 ▲ 아동은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말이나 글, 예술형태 또는 아동이 선택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경과 관계 없이 모든 정보와 사상을 요청하며 주고 받을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라는 조항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단, 이 권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는데 법률에 의해서만 규정될 수 있으며 타인의 권리 또는 명성 존중,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도덕의 보호를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UN 아동 권리협약은 대한민국이 UN에 가입하면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