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전경련을 방문했다.
여의도에 50층 규모의 회관을 새로 지어 입주하는 전경련 준공식에 참석한 것.
한 달 여전만 해도 요원한 얘기였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2013년 11월 5일 보도, 박근혜 대통령, 전경련 준공식에 이유 있는 '초대')축사를 한 박 대통령의 첫 일성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성경구절(신약성서 마태복음 9장 17절)로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인용되곤 한다.
과거 일을 잘했을 때 보다는 잘못된 습성 따위는 버리고 새롭게 내실을 갖춰 시작해보자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전경련이 앞으로 제대로 한번 잘해보라'는 무거운 의미를 담아 던진 말로 해석된다.
"전경련 회관 신축을 계기로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상생의 경제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박 대통령은 전경련 새 회관 입주를 계기로 '새 부대' 역할을 당부했다.
또 '투명한 기업 경영', '공정한 거래관행'과 같은 뼈있는 주문과 함께 '상생의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 대통령 방문은 '활성 비타민이자 무거운 짐 안긴 것'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당선인 신분으로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의 분위기는 한겨울 바람만큼이나 한기가 감돌았다.
당시 맏형격인 전경련보다 막내뻘인 중소기업중앙회부터 들러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나 대기업 총수들과 사진 찍으면서 '저만 웃고 있네요'라고 던진 뼈있는 조크는 전경련 회장단의 폐부를 찌르는 듯 했다.
또 골목상권 침해 얘기를 꺼내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됐으면 한다"고 아프게 콕 집어서 얘기를 했다.
이어 "재벌 2·3세들이 뛰어들거나 땅이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질책하듯 한 대목에서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그 후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 쪽으로 분위기와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대통령의 어법도 눈에 띄게 온기를 되찾으며 달라졌다.
이날 준공식 때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3년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곳이 전경련"이라는 덕담도 건넸다.
"1년전과 비교해 볼 때나 그 후 대통령의 화법이 사뭇 달라졌다"고 임상혁 전경련 홍보본부장은 의미부여했다.
새 회관 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함으로써 행사의 격을 높였고 재계의 맏형격인 전경련의 위상도 되찾았다며 전경련으로서는 내심 반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어려운 발길이 활력을 주는 활성비타민 효과는 있었지만 전경련에 더욱 무거운 짐을 지워줬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은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서 쏟아지고 부대는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 다 보전된다"
전경련이 새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기 위한 2014년은 벌써 시작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