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9일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잉락 총리는 이날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적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원 의회를 해산하고 이른 시일 안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다방면으로 의견을 청취한 뒤 왕실에 의회 해산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민주주의에 따라 새 선거가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잉락 총리는 정확히 언제 조기 총선을 치를지는 알리지 않았으나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거일을 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의회의 해산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으며 민주주의 체제에도 부합한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잉락 총리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타협을 통해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시위대가 모두 거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이날 대규모 시위대를 동원해 정권을 무너뜨릴 '최후의 결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야권은 그러나 시위 돌입 수 시간 전에 발표된 의회 해산 선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잉락 총리와 그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수텝 전 부총리는 "총선이 시행돼도 탁신 정권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탁신 정권을 뿌리 뽑는 것이다.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탁신 전 총리가 쿠데타로 실각한 지난 2006년 이후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 간의 분열이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서는 탁신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포괄적 사면 법안 때문에 지난달 초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親) 정부측과 반(反) 정부 시위대, 경찰 간의 충돌이 빚어져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280명 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푸미폰 국왕의 생일인 5일을 전후로 한때 시위가 잦아들기도 했으나 8일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잉락 총리를 규탄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선언,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잉락 총리는 이에 앞서 총리직 사퇴, 의회 해산과 함께 시위 장기화에 따른 정치 위기 해소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수텝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측은 그러나 탁신 지지자가 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과 같은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선거 대신 '국민회의'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