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둘러싸고 한국·미국·일본 등 주변국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의 인접국 인도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는 3일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이후 인도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고 최근 전투기를 해당 상공에 보내는 등 중국에 맞서는 형국임에도 인도가 미국을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인도와 미국간 관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고위 관리들은 특히 내년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인도 정부의 입장에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랄리트 만싱 전 인도 외무차관은 "인도는 중국과 별도의 여러 문제가 있다"면서 "인도는 중국과 문제가 있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인도는 최근 들어 중국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일례로 만모한 싱 총리는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한 연설을 통해 "솔직히 말해 동맹과 봉쇄에 관한 옛 이론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인도와 중국은 봉쇄될 수 없으며 이는 우리의 최근 역사가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인도와 중국)는 다른 나라를 봉쇄하려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언급은 듣기에 따라서는 중국을 견제 내지 봉쇄하려는 미국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신문은 또 인도가 자국이 추구하는 '동방정책'이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인도와 중국은 과거에 여러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줄이려 노력했으며 현재는 여러 부문에서 이뤄지는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 문제(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는 인도가 반드시 반응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렇다고 인도가 중국 입장을 고려해 해야할 일마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 인도 정부는 지난달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에너지와 안보 부문 협력관계를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는 역내 국가들과 특히 해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입장이 역내에서 하는 중국측 행동에 대한 인도의 대응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