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들어갔다 붙잡힌 20대 한국 남성이 2일 법정에서 `일본 정치인에 항의하려 했다'며 동기를 밝혔다.
이날 도쿄지법 형사합의9부(안도 아키라<安東章> 재판장)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한국인 강모(23) 씨는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정치인의 발언에 항의할 목적이었으며 기회가 있으면 불을 지르려고 했지만 실패하더라도 시너 등을 준비한 것을 보여줘 경각심을 주려 했다"고 진술했다.
강 씨는 올해 9월 22일 2ℓ들이 페트병 2개에 담긴 시너, 라이터, 장갑 등을 소지하고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 숨어 있다가 야간에 경비원에게 붙잡혔으며 건조물침입과 방화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2일 재판에서 잡히기 전날 일본에 입국해 야스쿠니 신사를 미리 둘러보고 시너와 라이터를 구입한 점, 신사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다 붙잡혔다는 사실 등을 인정했다.
그는 지인과 상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계획을 세웠으며 체포돼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갇힐 것까지 각오하고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르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위험한 일을 벌여 일본 국민에게 큰 분노를 안겨준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부모님과 한국 국민에게도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는 같은 일을 반복할 뜻이 없고 일본 정치인에게 항의한다면 인터넷에 의견을 게시하는 등 합법적인 방법을 택하겠다고 생각의 변화를 밝혔다.
일본 검찰은 강씨가 조사받을 때 신사 사진에서 불을 지를 곳을 지목해 동그라미를 치기도 했다며 방화 지점까지 정해놓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장소까지 정한 것은 아니다. 검사가 만약 불을 붙인다면 어디에 했겠는지를 지금이라도 생각해서 밝히라고 재촉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며 "당시 통역인도 그렇게 표시하라고 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에 관한 검찰의 증거물 신청을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