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임의로 방공식별구역을 정해 놓고 이곳을 지나는 우리나라 항공기는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옆집 가는 사람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면서 내집 앞을 지나가니 허가받고 가라는 격이다.
우리 정부는 당연히 거부했다.
◈ 中, 항공고시보 통해 비행계획서 제출 요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7일 항공고시보를 통해 자신들이 설정한 방공구역을 지나는 항공기에 대해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공식별구역은 그동안 미국과 군사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일본과 필리핀, 영국, 한국 등 전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설정해 놓은 군사적 방어개념의 가상 공간이다.
이에 따라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일반 항공기는 굳이 비행계획서를 제출할 이유가 없다.
다만, 민간 항공기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지나갈 경우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해준 FIR(비행정보기준)에 따라 이륙전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면 그만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민간항공기가 중국내 공항에 착륙하거나 영토를 지날 경우 중국측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 우리정부, 中 방공식별구역 인정 못한다국토교통부는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군사적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민간항공기가 비행계획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국내 항공사들에 '지금까지 하던 대로 비행계획서를 중국에 내지 말라'는 지침을 지난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ICAO가 규정하는 비행계획서는 항공기 관제와 기상상태, 위기 상황시 수색구조 등 업무제공을 받기 위해, 본인이 필요해서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경우는 뒤늦게 방공식별구역을 정해 놓고, 옆집 가는 비행기에 대해 강제로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격"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 항공사들은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중국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제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제 항공업무는 정부와 ICAO가 정해준 기준에 따라 운용하면 그만이다"며 "국토부 방침이 이미 정해진 만큼 중국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