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미국 해군 선상에서 해체해 공해에 폐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AP통신이 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계획은 세계 190개국이 가입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통신은 현재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재고를 확인 중인 OPCW에 의해 이 방침이 확정되면 미국 해군의 컨테이너함인 700피트(213m)짜리 MV 케이프레이호가 화학무기 해체 작업에 동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함정이 시리아로부터 화학무기를 넘겨받아 지중해에서 여러 미국 전함의 호위를 받으면서 해체 작업을 하고 나서 수중에 폐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방안이 특정 국가 영토에 화학무기를 폐기하려 할 경우 나타날 외교, 환경, 안보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을 때 그의 매장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성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시신을 수장한 바 있으며 해외에서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을 때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지 않고 해군 함정에서 심문한 뒤 일반 법정으로 보내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의 선상 해체 및 공해 폐기를 검토하는 것은 "내 뒷마당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으로 폐기물 처리 장소를 제공하려는 주변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OPCW가 화학무기 폐기 경험이 있는 알바니아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알바니아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러시아, 터키, 요르단, 노르웨이, 벨기에 등도 장소 제공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제안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너선 랠리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아직 어떤 결정도 이뤄진 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테이너에 보관 중인 화학무기들을 안전하게 시리아 영토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미국의 계획이 승인되면 MV 케이프레이호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절차에 따라 시리아의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중화하게 된다.
이동식 야전배치분해시스템(FDHS)으로 명명된 이 방안은 티타늄 원자로에서 고온의 물과 다른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학무기를 더는 무기 기능을 하지 못하게 비활성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실제 임무에는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미국 관료들은 AP통신에 조만간 최종 결정이 이뤄져 연말 이전에 작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