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발생한 송유관 폭발사고와 관련, 당국이 원유 유출 이후 7시간동안 대피령조차 내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주민 분노가 커지고 있어 이번 사건이 임기 2년째를 맞는 중국의 새 지도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4일 국유기업 중국석유화학이 관리하는 송유관 폭발사고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산둥성 칭다오(靑島)를 찾아 부상자를 위로하고 생산현장에 대한 안전대책 강화를 지시했다.
국영 관영매체들은 25일 시 주석이 전날 칭다오시 황다오(黃島)에 있는 칭다오대학 부속병원 분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시 주석이 한 노인 환자의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거나 다른 환자에게 말을 건네고 팔을 다독이는 모습, 또 의료진에게 입원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는 모습 등을 집중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칭다오시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국무원과 산둥성으로부터 사고에 관한 보고를 듣고 사고조사와 사후처리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중국석유화학(시노펙) 푸청위(傅成玉) 회장도 전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해 즉각적으로 공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의료인력이 부족해지자 베이징시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력 114명을 칭다오로 긴급 파견했고 중국 선전당국은 “사고 보도를 확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고 일부 매체 기자들이 전했다.
중국 관련 당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기 7시간 전부터 이미 노후된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안전 규정 위반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분노하고 있다.
봉황망과 명보 등은 “사고 당일 이미 새벽 3시15분께 매설한 지 25년이나 된 노후 송유관에서 원유가 유출되고 있었는데도 오전 10시30분 폭발이 나기 전까지 당국이 주민들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 피해 주민은 “폭발이 일어나기 전 당국이 어떤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며 “대체 7시간 동안 뭘 했단 말인가. 사전에 경고했다면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고,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당국이 송유관 매설 안전기준을 어긴 것도 드러났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财新)은 “시노펙이 주거지에서 최소 15m 이상 떨어진 곳에 송유관을 매설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특시 시노펙은 사고가 난 송유관이 노후해 사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2년 전에 인지했지만 송유관 교체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52명이 숨진것으로 집계됐으며 폭발사고로 주민 약 1만8천명이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칭다오 송유관 참사는 지난 6월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닭 가공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121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다음으로 올들어 인명피해가 큰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