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권 평화 기념관 내 평화관 '환희' (사진=문화부 추진단. 아시아 문화 개발원)
오는 2015년 7월께 개관 예정인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내 민주평화인권기념관에는 5.18 민주화운동 열흘간의 극적인 서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과 콘텐츠에 극장성을 가미, 차별화를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아시아문화개발원은 문화전당 내 민주평화인권기념관 전시콘텐츠의 기본 윤곽을 19일 오후 2시 아시아 문화마루에서 개최한 ‘민주인권평화기념관 시민설명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시민설명회에서 발표된 기념관 전시콘텐츠는 폭력이 주는 공포(죽음)를 극복한 '초극의 인간', 계급과 계층, 피아의 경계가 사라진 절대 공동체의 경험, '주먹밥과 피'의 나눔으로 상징되는 비이념적인 호혜와 평등의 경험 가치들을 문화예술적으로 승화하여 전 세계 시민이 체험하도록 구성돼 있다.
◈ 민주인권평화 기념관, 기·승·전·결로 5.18 열흘간의 서사 콘텐츠로 구성
특히 기념관은 기·승·전·결로 사전에 만들어놓은 듯 완벽한 5.18 민주화운동 열흘간의 드라마틱한 서사를 관람객이 직접 걸어 다니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과 콘텐츠에 극장성(theatricite)을 가미해 다른 해외 유수 기념관과의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념관은 또, ‘빛의 정거장 광주, 민주주의의 광원(光源)’이라는 주제 아래 5.18 당시 상황을 ‘(가칭) 열흘간의 나비떼(전시명)’로 형상화했으며 모두 22개의 전시콘텐츠로 구성됐다.
◈ 옛 전남 경찰청 본관 건물, 햇불성회·차량시위·금남로 집단발포 구현먼저 민주관으로 명명된 옛 전남 경찰청 본관 건물에는 기(起), 승(承) 구조로 8개 장면이 1980년 5.18 당시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콘텐츠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옛 전남 도청 앞 분수대 집회와 차량시위 그리고 금남로 집단발포 상황이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해 전시된다.
◈ 옛 전남 경찰청 민원실…해방 광주 상황을 '환희'로 은유화전(轉)구조인 평화관인 옛 전남 경찰청 민원실에는 5.18 당시 5월 21~25일까지 해방광주 '환희'를 주제로 민원실 바닥에는 5월 당시 금남로 바닥을 구해 부착하고 벽에는 홍성담 작자 등의 작품을 벽화형태로 재현한다.
천장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꽃'을 형상화함으로써 '핏빛 금남로'를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당시 5월 21일과 25일 사이 광주 시민이 보여줬던 해방광주 상황을 절대 공동체의 '환희'로 은유화해 방문자 스스로 생각하면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인권 평화 기념관 내 도청회의실 러닝센터 (사진=문화부 추진단, 아시아 문화 개발원)
역시 전(轉)구조인 옛 전남도청 회의실는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의 러닝센터를 벤치마킹해 반지하인 회의실에 5월 광주 증언록을 저장소에 담아 관람객이 걸어가면서 5.18을 체험하고 감정이입이 되도록 했다.
◈ 옛 전남도청 본관, 시민군 최후의 항쟁 표현결(結)구조인 인권관인 옛 전남도청 본관에는 80년 5월 27일 새벽 시민군의 도청 최후 항쟁을 구현하는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최후까지 도청에 남은 시민군의 숨소리와 최후 항쟁 당시 유물, 마지막 가두방송, 시민군이 긴박하게 오르내리는 계단, 새벽 창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비디오 아트 형식으로 표현했다.
민주인권 평화 기념관 내 인권관 '이름 부르는 항아리' (사진=문화부 추진단. 아시아 문화 개발원)
에필로그 이름을 부르는 항아리에서는 디지털 항아리에 음성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관람객이 기념관을 둘러본 뒤 격앙된 감정을 정화할 수 있도록 했다.
◈ 옛 상무관, 추모공간으로 구성이와 함께 상무관은 '메모리얼(추모) 홀로 거룩한 돌'로 열린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우고, 5.18 당시 관을 암시하는 검은 돌 오브제(물체)를 배치해 5.18 희생자를 추모하게 했다.
이번 연구용역의 책임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교수는 "오월 광주는 시민이 역사문장의 주어로서 그 술어를 발화하기 시작한 세계사적 사건이었다"면서 이런 오월의 정신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스스로 어떤 역사에 접속하는 것, 태도가 달라지게 하는 것을 전시콘텐츠의 목표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 5월 단체, 총알 자국 등 80년 당시 현장 발굴·보존 제안
이 같은 기념관 콘텐츠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5.18 구속 부상자회 김공휴 부회장은 " 5.18 서사는 기념관 콘셉에 잘 맞게 잡혔지만 5월 27일 당시 계엄군이 도청 건물에 난사한 총알 자국을 발굴해 당시 현장 그대로 보존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남대 조정관 교수는 "민주인권평화 기념관이 아시아 문화전당 내 건물이기 때문에 5.18과 함께 5.18과 유사한 아시아의 역사성도 함께 투영돼야 하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기념관에 5.18 서사 콘텐츠를 완결해 구성함에 따라 여러 차례 기념관을 비롯한 문화전당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추가로 5.18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변 구조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기념관에 5.18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윤상원 열사 등 영웅적 인물에 대한 서사구조도 빠져 옛 전남도청 별관의 콘텐츠 구성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추진단과 개발원은 이번 시민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민주인권평화 기념관의 전시 콘텐츠를 다음 달까지 확정한 뒤 설계공모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