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설날장사대회 금강장사 결승전에서 승부 조작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씨름계가 충격에 휩싸였다.(자료사진)
재도약을 노리던 씨름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월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이 뒤늦게 적발되면서 전통 스포츠 부흥 노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전주지검은 18일 지난해 1월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 결승전에서 장모(37) 씨가 안모(27) 씨에게 1~2000만 원의 돈을 받고 일부러 져준 혐의로 둘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장씨의 친척 계좌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씨름협회로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승이 없던 안모 선수가 실업팀과 재계약을 위해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면서 "다른 팀에서 승부를 양보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다음 달 3일부터 전남 화순에서 왕중왕전(가칭)과 함께 '레전드 올스타전' 등 씨름 부흥을 위한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던 협회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협회는 이승삼, 손상주, 황대웅, 박광덕, 이태현, 황규연 등 80년대부터 황금기를 이끌었던 왕년의 장사들을 초청해 이벤트 대회를 열어 씨름 팬들을 불러모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행여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선수 출신 박승한 회장 취임 후 의욕적으로 씨름 부흥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지난해 발생한 사건이 이제야 터져 당황스럽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이승삼 "성적 지상주의가 문제" 80년대 씨름 스타 출신 이승삼 창원시청 감독도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감독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면서 "둘이 예전 한 팀에서 뛰어 친분이 있었던 만큼 한번만 봐달라고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더 나아가 현 씨름계 상황에 대해서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감독은 "현재 씨름계는 돈과 성적이 우선시되고 있다"면서 "승부에만 집착하기보다 져도 멋지게 패배하는 풍토, 화려한 기술이 먹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씨름 경기에서는 같은 소속팀 선수끼리 맞붙는 때 기권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 부상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어차피 우승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협회는 19일 오후 올림픽파크텔에서 박승한 회장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해당 선수의 소속팀 감독을 상벌위원회에 불러 진상을 조사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전임 집행부 때 벌어진 사건이지만 박회장이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