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천하장사 4강이에요' 동아대 최성환이 17일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8강전에서 노진성(울산동구청)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서산=대한씨름협회)
'제 2의 이만기'로 불리는 최성환(21, 동아대)이 천하장사대회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성환은 17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2013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대회 8강전에서 노진성(울산동구청)을 2-1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전날 16강전에 이어 이날도 한 체급 높은 거구를 무너뜨렸다. 108kg으로 한라급(110kg 이하)인 최성환은 전날 임진원(130kg, 경기대)을 2-0으로 누른 데 이어 이날도 135kg의 노진성을 무너뜨렸다.
천하장사 4강은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이다. 최성환은 지난 2011년 16강전에 올랐지만 지난해는 32강에 머무른 바 있다.
지난 추석대회에서 30년 만의 대학생 한라장사 돌풍을 이었다. 최성환은 지난 1983년 이만기 인제대 교수(당시 경남대 2학년) 이후 무려 30년 만에 대학생 신분으로 한라장사에 오른 바 있다.
"유연한 신체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말처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체중의 불리함을 극복했다. 첫 판에서 최성환은 들배지기 등 체격의 우세를 앞세운 노진성의 거센 공격을 잘 막아냈다. 몇 번이나 들렸지만 용케 버텨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30초 연장 승부에서 최진성은 노진성이 샅바 싸움 때 받은 경고 덕에 샅바를 마음대로 잡는 '더잡기' 이점을 얻었다. 이후 들배지기에 이어 잡채기를 시도하던 노진성의 공격을 방어하다 동시에 쓰러졌다. 그러나 노진성의 왼 무릎이 모래판에 먼저 닿은 것으로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와 기선을 제압했다.
둘째 판도 최성환은 노진성의 들배지기를 견뎌냈고, 오히려 되치기를 시도하는 등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2차 연장에서 더잡기를 허용해 노진성의 밀어치기에 당했다.
셋째 판이 압권이었다. 들배지기에 맞서 안다리를 건 최성환은 노진성이 왼다리를 빼면서 기술을 피하자 번개처럼 잡채기로 상대 무릎을 꿇렸다. 체격의 불리함을 극복해낸 지혜로운 경기 운영에 관중도 열띤 환호로 최성환을 응원했다.
다만 2011년 천하장사 이슬기(140kg, 현대삼호중공업)의 벽은 넘지 못했다. 4강전 첫 판에서 최성환은 이슬기의 공격을 잘 버텨냈지만 종료 4초를 남기고 안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둘째 판에서도 배지기에 당하며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최성환을 꺾은 이슬기는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최성환은 이번 대회 기술 씨름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 황규연 현대삼호중공업 코치는 최성환에 대해 "몸이 유연하고 기술이 좋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호평했다.
경기 후 최성환은 "체격이 큰 선수들을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한라장사를 더 많이 해보고 나중에 체급을 올려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 2의 이만기보다는 제 1의 최성환이 되겠다"면서 "나만의 업적을 쌓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00년대 이후 씨름은 거구들이 모래판을 주름잡으면서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연 최성환이 기술 씨름의 재미로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