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편의 제공을 받은 것이 물의를 일으켜 사퇴한 독일의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앞두고 동정여론을 얻고 있다.
12일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불프(54) 전 독일 대통령은 오는 14일 하노버 지방법원에서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재판을 받는다.
불프 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2008년 가을 아내와 함께 옥토버페스트를 보려고 뮌헨에 갔을 때 영화제작사 대표인 데이비드 그뢰네볼트로부터 719 유로(100만3천원)의 호텔 숙박비를 지원받은 혐의다.
검찰은 불프가 이후 엔지니어링 기업인 지멘스로 하여금 그뢰네볼트의 영화 제작을 지원하도록 로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불프에게 2만 유로(2천9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약식기소에 합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그는 법정에서 무죄를 밝히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불프는 2008년 주택 구입을 위해 지인으로부터 특혜성 사채를 썼으며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막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사회적인 공분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2월 스스로 사임했다.
그러나 첫 공판을 앞두고 여론은 불프에게 우호적이다.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탁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그의 공직 복귀를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한다는 응답률(47%)보다 앞섰다.
특히 30대 응답자에게서는 그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72%로 높았다.
로타르 프로브스트 브레멘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현지 언론에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경우 그 정도의 사소한 비난 때문에 정치인들이 사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법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그를 정치권과 언론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끌어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단지 호텔 숙박료뿐만 아니라 식사 비용, 아이를 돌보는 보모 비용 등도 그뢰네볼트가 불프를 위해 대납했다고 주장하는 목격자 46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프는 이번 판결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게 되고, 그의 정치 인생은 이로써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