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시각장애 1급의 31살 김 모 씨는 6년 전만해도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통신사 대리점에서 판매직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시련이 찾아왔다.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크게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몸이 힘든 것뿐 아니라 갑작스런 변화에 마음의 안정이 필요해 일을 쉬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래 쉴 생각이 아니었다. 2~3개월을 쉰 뒤 취업 시장에 다시 나섰지만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1년 동안 수십 번 취업원서를 쓰며 도전했지만 서류에서는 매번 잘 통과하다가도 면접에만 가면 떨어지는 것이다. 면접관 눈에 김 씨는 '일을 시키기엔 불안한 장애인' 이었기 때문이다.
"수 십 번 떨어져도 떨어지는 것에 대한 상처는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면접을 보러가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데 면접관은 나를 일반 취업자로 보는 게 아니라 장애인으로 아예 따로 취급을 하니까 그게 많이 힘들었어요"
결혼을 앞두고 가장이 된다는 부담감에 취업이 더욱 간절했던 김 씨는 장애인 고용 공고를 보고 간 보안 업체에 지원했다. 채용은 됐지만 시각장애인이 일을 하기에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업무 매뉴얼이나 설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김 씨는 결국 한계를 느끼고 2달 만에 그만둬야 했다.
"국가 유공자 우대라는 말은 있지만 장애인 우대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장애인 우대라고 해서 가도 편의 시설이 안 갖춰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얼마 안 가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 단순 수치 위주의 고용 강제에 기업과 장애인 모두에 부담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에서 장애인들의 취업의 벽은 여전히 높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장애인 의무 고용율 3%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기업들의 명단에는 현대자동차, GS 등 대기업뿐 아니라 국회, 교육청 등 국가기관, 공공기관을 포함한 1706개소의 사업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도 전체 명단공표 대상기업의 42%에 해당하는 726개소에 이르는 등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착까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업체만 탓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민간 기업은 근로자의 2.5%, 정부·공공기관은 3%를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정에 업체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무 채용 비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규모 사업장의 경우 1인당 월 60여 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