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인 '하이옌'이 휩쓸고 간 필리핀 중남부 지역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아비규환 속에 빠져들었다.
하이옌이 처음 강타한 필리핀 동부 해안도시인 타클로반의 경우 바람세기로 최고등급인 '싹쓸바람'과 함께 강한 해일이 도시 전체를 뒤덮으며 큰 피해를 봤다.
태풍피해로 사망자만 1만 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하이옌 사태는 올해 발생한 최악의 재난 피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 같았다"…도시 전체 '폐허' = 이번 태풍으로 인해 인구 20만 명의 타클로반에서만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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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할 당시 하이옌의 순간 풍속은 무려 379㎞에 달한 것으로 관측됐다. 미주지역을 초토화해온 강력한 허리케인을 능가하는 바람세기다.
도시 전체가 이 같은 강풍 속에 휩싸이면서 남은 건물이 거의 없었다는 게 현지 목격자들의 얘기다. 대부분 도로가 엉망이 돼 통행이 멈췄고, 위성전화를 제외하면 모든 통신수단도 두절된 상황이다.
마누엘 로하스 필리핀 내무장관은 "헬리콥터 위에서 아래를 보면 엄청난 피해 규모를 볼 수 있다"면서 "해안에서 1㎞ 내륙으로 이동하게 되면 서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마치 쓰나미 같았다"고 처참한 도시 풍경을 전했다.
태풍에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애달픈 사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현지 주민 마빈 이사난은 태풍 속에 세 딸을 잃었다.
그는 태풍 속에 8, 13, 15살 난 세 딸을 안고 있었지만 강풍을 맞은 뒤 세 딸 모두를 잃었다고 비통해했다.
어린 두 딸은 시신으로 발견했고, 큰딸은 아직도 실종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CNN에 "큰딸이 살아있기를 바란다"고 절규했다.
의료품도 크게 부족해 부상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지 세인트 폴 병원은 환자로 만원이지만 의약품은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타클로반 공항 안에는 임시 안치소가 운영되는 가운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신을 수용할 공간도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만에 위치한 타클로반은 이번 태풍으로 거센 해일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죽음이 엄습한 도시…"약탈행위 기승" = 타클로반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죽음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일부 지역의 경우 물이 빠지지 않아 시신이 떠다니고 있었고,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도로를 가로막았다. 일부 주택에서는 전선들이 마구 엉켜 있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틀 동안 외부와 연락이 끊기고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해진 탓에 생존자들은 식량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아이들이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도 현지 텔레비전 화면에 잡혔다.
구조대가 재난현장에 접근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대 일원으로 재난 현장에 도착한 의대생 제니 추는 로이터에 "사람들이 음식을 찾으며 좀비처럼 걸어 다니고 있다"고 지옥 같은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렇다 보니 시내 곳곳에서 약탈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지역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치고 있고, 은행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돈을 빼내가는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텍선 림 타클로반 행정관은 "이들은 나중에 약탈한 물품을 음식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우리에게 충분한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2천 명의 직원 가운데 현재 일을 하는 사람은 100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수도 마닐라에서 수백명의 경찰을 현지에 파견해 치안 확보에 나섰다고 dpa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