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재판부가 법리 이름으로 곡예하며 묘기
- 재판부가 권력에 누를 하나도 끼치지 않으려 고심
- 허위사실 유포 안했는데 비방?
- 후보자 검증을 위한 질문도 안 되나
- 원세훈 김용판 기소한 날 똑같이 저를 기소. 너무 속보이는 소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7일 (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도현 (우석대 교수)
◇ 정관용>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포 및 후보자 비방혐의로 기소되었던 안도현 시인. 국민 참여 재판에서 배심원 전원 일치로 무죄 평결이 나왔었죠. 그런데 오늘 그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포에 대해서는 무죄 그러나 후보자 비방은 유죄라고 하는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네요. 그 당사자인 안도현 시인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 안도현> 안녕하세요.
◇ 정관용> 배심원 평결 났을 때 재판부가 생각이 좀 다르니 선고를 다음에 하겠다. 이렇게 할 때부터 조금 예견됐던 것 아닐까요. 어떻게 보세요?
◆ 안도현> 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물론 그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하고 2주 안에 선고를 할 수는 있는데요. 그런데 중간에 재판부, 그 재판장이 어떤 언론하고 인터뷰까지 하면서 속내를 비추는 것을 보고 약간 좀 의혹 같은 게 있었습니다.
◇ 정관용> 전체 유죄든 일부 유죄든 뭔가 나오겠구나. 이런 어떤 짐작은 하셨던 거죠?
◆ 안도현> 마음은 무죄라고 생각하지만 재판부마저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그런 의구심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 정관용> 결론이 허위사실 공포죄에 대해서는 무죄다. 그러나 후보자 비방은 유죄다라고 판결했는데 우선 이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안도현> 저는 어떤 제가 올린 트윗의 글들이 합리적인 의혹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그리고 그게 대선기간이었기 때문에 후보자의 어떤 검증 차원에서 그 당시 박근혜 후보한테 저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트윗으로 질문을 한 겁니다. 그래서 결국 저한테 비방이 유죄라고 하는 것은 아, 그러면 어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한테 질문도 하지 못한다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비방이다. 이런 결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재판부의 주장에 따르면 어쨌든 우리 안도현 시인께서 그 당시에 그냥 일반 시민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원장 자격이라고 하는 그런 지위. 또 그리고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 이런 트윗글을 올리신 전후에 우리 안도현 시인의 행적 이런 것들을 볼 때 이건 좀 후보 검증이라는 공행 목적보다는 낙선시키기 위한 비방이다, 이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 안도현> 재판부는 그렇게 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 판단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안도현> 저는 재판부의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게 앞부분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무죄인데. 그게 무죄인데 그 사실이 결국 유죄라는 것 아닙니까? (웃음)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그냥 일반시민의 한 사람인 제 상식으로는 제가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는데 그걸 상대방을 비방했다라는 그런 결론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이게 뭐 조금 복잡하게 들어갑니다만 재판부가 또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이게 트윗에 올리신 글, 안중근 의사의 유묵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에 대해서 우리 안도현 시인과 변호인이 충분하게 입증을 못하기 때문에 이건 일단 허위사실이다. 허위사실이지만 안도현 시인은 이게 허위라고 하는 것을 아마 몰랐을 것 같다. 이런 주장이에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안도현> 이번 재판과정에서 저는 검찰이 그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은 사실 제가 전부다 갖다 준 것들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안도현> 제가 책을 복사하고 도록을 복사하고 논문을 복사해서 갖다 준 건데. 그러면 제 말이 허위고 비방에 목적이 있었다고 하면 우선 검찰이 못한 게 뭐냐 하면 그 의혹의 당사자인 박근혜 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조사할 의도조차 없었다. 그건 박근혜 후보가 소장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제 주장에 대해서 입증을 하려면 검찰이 입증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 정관용> 하긴 허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박 대통령한테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 안도현> 그렇죠. 검찰이니까 할 수 있는 거고. 그 대신 재판부의 설명은 뭐냐면 그거조차도 박근혜 대통령한테 제가 물어봐서 입증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 정관용> 그래요?
◆ 안도현> 네. 그 내용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안도현 시인께서 대통령께서 물어봐서 입증을 해라?
◆ 안도현> 네.
◇ 정관용> 그런데 그걸 물어본 트윗이 지금 비방이라고 유죄를 받으신 것 아닙니까?
◆ 안도현>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또 물어봐라, 이 말인가요?
◆ 안도현> 저는 제가 그 트윗에 올린 내용은 안중근 유묵.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은 지금 행방이 아주 묘연해진 겁니다. 그런데 안중근의사 숭모회 같은 아주 큰 단체에서, 정부 지원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 단체죠.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그 단체를 비롯해서 안중근 의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또 언론기사 여기에 보면 10여 차례 소장자가 박근혜라고 나와 있는 거거든요.
◇ 정관용> 몇 몇 자료가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안도현> 그것말도 제가 또 어떻게 입증을 하라는 건지 그건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런데 이제 그것을 허위사실이라고 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한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건 무죄를 내린 것 같고. 당시 선대위원장 지위 등등을 볼 때 이건 비방죄는 된다, 이게 재판부의 판단인데. 그러면서도 아마도 이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을 의식한 것인지 아주 가장 낮은 형량인 벌금 100만원. 그러나 그것도 선고를 유예했어요.
◆ 안도현> 네.
◇ 정관용> 그러면 나름대로 재판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안도현> 저는 재판부가 거의 곡예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부가 어떤 법리의 이름으로 곡예를 하면서.
◇ 정관용> 곡예?
◆ 안도현> 네. 곡예를 하면서 묘기를 부린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저는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한 것도 눈치를 보고 또 지금의 최고 권력자한테도 눈치를 보면서 권력에 어떤 누를 하나도 끼치지 않으려고, 아마 했다면 그런 고심이지 이게 정말 재판관의 양심과 법리에 따라 판결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그런 어떤 정치적인 어떤 판단에 의해서 선고가 내려졌다면 그 재판부의 태도가 저는 피고인으로서 굉장히 안쓰럽고 또 어떤 동정심마저 생깁니다.
◇ 정관용> 트윗에 이런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나는 지금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다. 역시 시인다운 표현이신데.
◆ 안도현> (웃음)
◇ 정관용> 이게 무슨 뜻입니까?
◆ 안도현> (웃음) 간단히 말하면 그거죠. 배심원은 무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는 유죄를 단순하게 보면 그런 건데요. 그러니까 일반 국민의 눈으로 봤을 때는 상식으로 봤을 때는 무죄이고 법으로 보면 유죄라는 게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답답하다. 그런 뜻이었습니다.
◇ 정관용> 아, 그게 거미줄에 걸린 나비다?
◆ 안도현> (웃음) 네.
◇ 정관용> 하지만 안도현 시인만 그 배심원 평결과 다르게 선고받으신 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한 7.5%는 다른 경우도 있기는 있었어요.
◆ 안도현> 그것도 봤는데요. 제가 아직 자료를 입수하지 못한 게 가령 배심원들이 전원 유죄를 내리거나 전원 무죄를 내렸을 경우 그걸 재판부가 또 뒤집는 경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적을 것 같거든요
◇ 정관용> 그렇겠네요. 지금 다수결이 있으니까.
◆ 안도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 정관용> 우리 안도현 시인은 전원 무죄였었죠?
◆ 안도현>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항소하시겠다고 그랬잖아요.
◆ 안도현> 네.
◇ 정관용> 지금 벌금 100만원이지만 선고를 유예한다는 얘기는 사실 벌금도 안 내셔도 되는 건데.
◆ 안도현> 결과적으로는 그러네요.
◇ 정관용> 굳이 상소까지 하셔야 되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도현> 저는 이게 애초에 검찰에서 저를 기소할 때 기소 자체가 솔직히 무리한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국정원 사건에 국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막 쏠리기 시작할 때 그것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물타기하기 위해서 기소를 한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누굽니까? 원세훈 국정원 원장하고 김용판 청장을 기소한 날 저를 똑같이 기소했거든요. 그러니까 그거는 좀 너무 소설을 써도 너무 이렇게 속 보이는 소설이라는 거죠. 그래서 항소를 해서 어떤 법의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저는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 정관용> 검찰도 불만이 있다며 항소를 했습니다. 그렇죠?
◆ 안도현> 네.
◇ 정관용> 혹시라도 고등법원에 가서 그때는 배심원 국민재판도 못하잖아요, 2심은.
◆ 안도현> 그렇죠.
◇ 정관용> 혹시 더 강한 유죄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 안도현> 그럼 또 대법원까지 가야 될 거고요. 재판은 또 재판을 하는 거고. 하여튼 사실관계는 사실관계대로 밝히는 거죠.
◇ 정관용> 안도현 시인은 아무튼 죄가 안 된다. 이렇게 보고 계시다 이 말이죠?
◆ 안도현> 네.
◇ 정관용> 요즘 시도 못 쓰시겠어요?
◆ 안도현> (웃음) 제가 트윗에다가 우리 사회가 점점 민주주의 어떤 위기라는 진단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당분간 쓰지 않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인 한은 쓰지 않겠다, 이렇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 정관용> 아니, 그런 내용을 담은 그런 사회적 시, 이런 것도 좀 필요한 것 아닙니까? 옛날에는 그런 시도 많았는데요.
◆ 안도현> 그런데 오히려 시를 쓰지 않으면서 이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 안도현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빨리 보게 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 안도현> 네.
◇ 정관용> 시인 안도현 우석대 교수의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