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뉴욕시장에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52)의 파격적인 이력이 화제다.
태어난 곳은 뉴욕이지만 주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지역에서 성장한 그가 뉴욕시장이 된 것 자체가 관심을 끌 만하다. 텃세가 강한 뉴욕과 보스턴 사람들 사이의 경쟁심리는 유별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뉴욕시장에 당선된 더블라지오의 특이한 이력은 뉴욕은 물론 미국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블라지오의 아버지 데이비드 빌헬름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였으나 친 사회주의라는 이유로 공무원직을 잃었다. 이후 알코올중독자가 된 아버지는 더블라지오가 8살이 됐을 때 이혼했다.
이후 더블라지오는 어머니쪽 가족과 주로 생활했다. 외가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은 그는 1983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성(姓)을 어머니와 같은 더블라지오로 바꿔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의 이력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것은 그가 20대일 때 사회주의 성향의 니카라과 산디니스타들을 돕는데 참여했다는 점이다.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국제·공공정책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남미 등의 국제 사회주의 운동에 본격 참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1989년 데이비드 딘킨스 뉴욕시장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일하며 현실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때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인 부인 셜레인 맥크레이를 만났는데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흑인인 맥크레이는 더블라지오보다 6살 연상이다.
맥크레이는 16살 되던 해 미국내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글을 실을 정도로 당찬 여성이다.
더블라지오와 맥크레이가 낳은 아들 단테와 딸 키아라는 이번 선거에서 더블라지오 압승의 최고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흑인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커다란 `아프로 형식'의 머리스타일을 한 단테가 주인공이 된 동영상 선거광고가 유권자들로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아울러 더블라지오는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된 경찰의 불심검문 관련 논쟁에서도 흑인 아내와 유색인종 자녀를 둔 아버지답게 "나에게는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다"는 정공법으로 접근, 소수인종의 표를 싹쓸이했다.
급진 성향의 그가 중도 온건 성향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선거진영에서 일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2000년 힐러리 상원의원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당시 힐러리는 더블라지오를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힐러리 진영내의 텃세로 인해 선거참모로서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힐러리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에서 힐러리도 따로 모금행사를 열어 수백만 달러를 모으는데 도움을 줬다.
이와 함께 더블라지오가 내세운 선거공약도 역대 여느 후보에 비해 명확하고 `과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부유층 증세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 서민 주택난 완화 등 계급·계층적 성향이 강한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다소 급진적인 공약에 대한 내부 우려에도 더블라지오는 이번 선거에서 부유·빈곤층, 소득, 인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세력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는 무엇보다 더블라지오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데' 성공함으로써 그의 급진적 성향이 되레 `눈길을 사로잡는' 장점으로 작용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만 무려 1만명에 달했다는 점도 더블라지오의 사람에 대한 흡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