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역사평설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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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사회주의 운동과 아나키스트 운동을 재평가한다"

 

한국 근대사는 1945년 해방 이후 냉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일제와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 세력마저 이념적 취사선택에 따라 서술되어야만 했다.

즉, 독립운동의 바탕이 되었던 삼부三府 무장투쟁론이 아닌 외교독립론 위주로 논의되었으므로, 사회주의나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한 독립운동사는 더욱 역사 속에 잊히고, 묻히고,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1930~40년대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군국주의 체제를 청산하지 못한 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일본의 우경화,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했던 일제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학살의 전말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대사 중에서도 1918〜1945년까지의 역사는 주요 테마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자, 우리에게 가장 낯선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운동사는 시대를 휩쓴 이념과 사상의 영향을 받아 국제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민족주의 독립운동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제 군부와 파시스트가 이웃 국가에 저지른 만행과 학살은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분석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점에 천착해 그동안 근대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선정하고,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역사적 과정을 서술하면서 새로운 근대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1920~30년대 사회주의 사회운동은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의 성공과 코민테른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시작된 민족해방운동이었다.

만주 한인, 일본 유학생, 진보적 사상의 청년들이 주축이 된 이 운동은, 사회주의 연대와 혁명을 통해 일제의 탄압을 벗어나려 했던 선구적인 움직임이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며, 직접 행동을 통한 혁명도 불사했던 아나키즘 운동은 일제뿐 아니라 좌파 전체주의까지 부정했다.

일제 수장들을 저격하고 중일 합자은행을 터는 등 아나키스트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배후에는 정국을 타파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강한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30년대부터 일본 정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군부와 민간 파시스트는 어릴 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영관급 장교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전쟁기계가 되어 내부 쿠데타뿐 아니라 만주까지 강제 점령했다.

만주에 관동군을 파견하고 위성국인 만주국까지 세워 재만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와해시킨 침략 행위는 대부분 거짓 계략과 음모로 계획되었다.

서구 열강의 눈을 끌기 위한 자작극도 서슴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장작림 폭살사건, 상해사변 등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그들의 정신세계와 행태를 분석해볼 수 있다.

앞서 다루고 있는 사회주의, 아나키즘 운동사만큼 부동산, 주식투기, 금광 등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룬 부호들의 이야기 또한 한 시대를 온전히 복원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식민시대라고해서 독립운동가의 삶만 중요할 수는 없다.

이 시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부호들의 삶을 통해 당시 사람들도 돈과 명예를 추구했으며, 욕망을 좇는 본성은 현대인과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만주 침략 이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거듭된 일제의 확전은 결국 패망으로 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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