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전남 여수지역의 한 야산 밑 밭에서 주민 채모(72)씨를 만났다.
채씨는 25년 전인 지난 1988년 한 부동산 업자에게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수전마을 인근 야산 밑 밭 두 필지를 판 당사자다.
그는 "두 달여 전 땅을 판 이후 한 번도 연락이 없던 땅주인이라는 사람들이 전화를 연달아 해왔다"고 말했다.
두 달 전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문제가 불거지던 시점이다.
부산 사투리를 썼다는 남녀는 각각 채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신들의 땅에 나무를 심을 예정이니 "이제부터는 밭농사를 짓지 말아달라"고 통보했다.
며칠 뒤 채씨는 외지사람이 해당 필지를 둘러보러 온 것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50~60대가량으로 보이는 여성과 조금 젊어 보이는 남녀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소유 땅을 비롯한 주변 땅을 자세히 둘러보고 갔다.
채씨는 이들 중 남성이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에게 "누나 내가 여기 땅 200평도 샀으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측량해서 나무를 심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채씨는 현장을 방문한 세 남녀가 김 검찰총장의 부인이나 처남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두 달여 전 25년 만에 땅주인이라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연락을 해오고 직접 찾아온 것을 의아해했다.
땅 주인들은 1988년 땅을 판 이후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친 적도, 심지어 연락을 해온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총장후보자 측이 검찰총장 교체를 예상하고 사전에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함께 현장을 찾은 이모(41)씨는 "갑자기 땅주인이 나타나 소유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점이 검찰총장문제가 불거진 때라 하마평을 예상하고 땅 투기를 감추려 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30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초임 근무지였던 여수·순천 지역에 대한 인상이 좋아 은퇴 후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땅을 판 채씨는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여기는 돌풍이 많이 부는 곳이라 비닐하우스를 지어도 다른 곳보다 몇 배는 튼실하게 지어야 안 부서진다"며 더구나 야산 밑 밭 한가운데 땅에 집을 지어 살겠다는 것은 말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채씨는 25년 전 땅을 팔 시점은 더욱 개발이 안 돼 도로도 차가 다닐 수 없고 여수 도심에서 마을까지 오려면 1시간 이상 걸리던 때라고 말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산으로 둘러싸인 농지만 내려다보이고, 별다른 식수원도 없어 멀리서 지하수를 끌어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땅에 집을 지어 살겠다는 생각을 초임검사 시절 했다는 것이다.
채씨는 또 해당 밭을 팔 때 투기 열풍이 불었던 때라고 증언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의 부동산 업자가 연락을 해와 평당 7천원하는 땅을 시세의 열 배가 넘는 10여만원에 사갔다며 당시 주민들 대부분이 그렇게 농지를 팔아 현재 마을주변 농지 주인 80% 이상이 서울, 부산 등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당시 주민들은 율촌 산단이 들어서 마을 주변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다는 '고급정보'를 아는 이는 없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 '고급정보'는 결국 거짓 정보였음이 드러났다.
시민 문모(31)씨는 "이는 땅 투기 의혹이 아니라 땅 투기 실패의혹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총장 후보라면 도덕적으로라도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지 투기가 아니라고 국민을 바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