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의 간판 토크쇼인 '지미 키엘 라이브'의 한 코너인 '어린이 테이블'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인 ABC가 한 토크쇼에서 어린이들의 강경한 반중(反中) 발언을 여과없이 내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ABC는 간판 토크쇼인 '지미 키엘 라이브'의 한 코너인 '어린이 테이블'에서 한 어린이의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했다.
해당 코너는 6~7세 어린이들에게 시사 등 최근 이슈에 대해 물어보고 어른들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크쇼와는 달리 이 코너는 녹화로 진행된다.
이날 사회자인 키멜은 어린이들에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진 부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고 묻자 한 소년은 "대포를 쏴서 중국인들을 다 죽여버려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키멜은 "그래, 재미있는 생각이구나"라고 답하며 "우리가 중국인들이 살도록 허락해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어린이들은 이 물음에 찬성과 반대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한 소녀는 "우리가 중국인을 살려주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죽일거야"라고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녹화로 진행된 이 코너가 생방송으로 여과없이 방영되자 해당 토크쇼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30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ABC는 논란이 커지자 28일 성명을 내고 해당 코너를 폐지하고 사과했다.
ABC는 성명에서 "중국이나 아시아계 사람들을 화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의 영상을 신속히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해당 코너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사회자인 키멜도 이 토크쇼의 28일 방송분을 통해 사과했다고 CNN은 전했다.
키멜은 "(해당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미안하고 사과드린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ABC의 공개 사과에도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전미중국계미국인위원회(NCCA)는 29일 ABC의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사에 공개서한을 보내 문제의 토크쇼 장면이 "무신경하고 공격적이다"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 "ABC방송이 모든 미국인과 특히 중국계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더 정중하고 공개적이며 의미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